북한에서 럭셔리 쇼핑, '자라'부터 '샤넬'까지

[나의 북한 유학 일기] 브랜드 판매 북새상점과 대성백화점
'판매 권한' 여부 불투명...세계적 유명 브랜드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 어려워

기사승인 2023-09-08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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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중에 경험한 북한의 백화점은 상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백화점의 모습은 국제 브랜드의 흐름과 함께 북한의 소비 문화 변화를 잘 보여준다.

북한의 백화점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주로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인데 지역 생산품, 식료품 및 기타 일상용품들이 거래되며 품은 북한 원화로 거래된다.

대표적으로 ‘광복백화점’이 이에 해당하며, 백화점의 1층 대기에서는 외화를 현지 화폐로 환전해주는 작은 카운터가 마련되어 있다.
북한에서 럭셔리 쇼핑, '자라'부터 '샤넬'까지
평양 대성백화점 건물. 사진=육준우

또 하나의 유형은 주로 수입 상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으로 ‘북새상점’과 ‘대성백화점’이 손꼽히며, 거래는 외화로 이루어진다.

과거 북한의 백화점에서는 다양한 외국 화장품이 구분 없이 진열되어 판매되었다. 특정 브랜드에 전문매장이 없었던 시절, 소비자들은 여러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대성백화점과 같은 현대적인 쇼핑 공간에서는 CHANEL, SK-II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전용 카운터가 등장했다. 이는 북한의 소비 문화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국제 시장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가늠하게 한다.

다만,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명품 향수나 화장품은 공식적인 권한을 받고 판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그 제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그 가격이 정품의 가격보다 더 높게 책정될 때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전자 제품과 러닝 머신 같은 운동기구들을 포함해 Zara(자라)와 Nike(나이키) 같이 잘 알려진 브랜드도 북한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이 역시 국제 시장의 정상 가격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한 번은 ‘북새상점’에 쇼핑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Zara 브랜드의 옷을 발견해 반가웠지만, 예상보다 너무 높은 가격에 꽤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 후, 더 놀랍게도 숙소 동숙생 언니가 그 옷을 사왔다.

나는 비싼 가격에 대해 놀랐지만, 언니는 그런 가격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고가로 제품들이 판매되는 것은 북한 내에서 중산층의 존재와 그들의 소비 형태를 추측하게 한다.

한국에 유학 온 후 북한 유학후배에게 한국은 마라탕 유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더니 북한 대성백화점의 슈퍼마켓에서는 중국 훠궈 소스도 빽빽히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분단된 한민족이 비슷한 시기에 마라의 맛에 빠져 있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했다.
북한에서 럭셔리 쇼핑, '자라'부터 '샤넬'까지
어느 기차역 근처 백화점 내부. 워킹머신 등이 보인다. 사진=육준우

ZARA 옷을 입은 북한 청년들이CHANEL 화장품을 찾아 헤매는 모습, 유학 초기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북한에서의 럭셔리 쇼핑 문화였다. 자본주의를 배격하는 북한의 체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소비자들 역시 현대적인 생활 방식과 국제 소비 환경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아직도 지방 어디선가는 맨발로 뛰어다니는 어린이의 모습이 있다는 것, 양극의 모습이 모두 북한에서 마주하는 장면이다.

육준우(陆俊羽·중국인유학생)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수료.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졸업. 2011~2016년 북한 김형직사범대학교 유학(조선어전공). 지금은 한중문화교류원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am529junw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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