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천박사’” 영화계 한목소리 이유는

- 팬데믹 타격 입은 극장가, 더딘 회복세로 신음
- 추석 영화 세 편 동시 개봉에 우려 목소리 이어져
-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36% 불과해… 투자마저 ‘뚝’
- “CJ ENM 살려라” 추석 앞두고 일각서 ‘천박사’에 응원도

기사승인 2023-09-14 13: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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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천박사’” 영화계 한목소리 이유는
한국영화 세 편이 오는 27일 동시 개봉한다. 왼쪽부터 영화 ‘1947 보스톤’, ‘거미집’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바른손이앤에이, CJ ENM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영화 시장에 어느 때보다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영화 ‘1947 보스톤’과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연휴 전날인 27일 동시 개봉을 앞둬서다. 대작들이 격돌한 여름 대전에 이어 두 번째 맞대결이지만 분위기가 조금 더 심상찮다.

“세 편이 동시 개봉하는 일은 없었어요.” 최근 쿠키뉴스와 만난 한 영화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영화 두 편이 같은 날 개봉하는 경우는 많지만, 세 편까지는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개봉이 제로섬 게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팬데믹을 거친 영화계는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지난 12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영화산업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극장을 찾은 총 관객 수는 1456만명이었다. 전년 동월 대비 39만명(2.6%) 줄었다. 팬데믹 이전(이하 2017~2019년) 동월 관객 평균(2831만명)의 51.4%에 불과했다. 지난달 총 관객 수 중 한국영화를 본 관객은 939만명(64.5%)이었다. 팬데믹 전 동원 평균 관객(2052만명·45.8%)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년도 같은 달 한국영화 관객(1214만명)보다 22.7% 줄었다. 반면 외화의 관객 회복세는 80%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외화는 ‘오펜하이머’, ‘엘리멘탈’의 흥행으로 한 달 동안 관객 517만명을 모았다. 전년 동월보다 83.8% 늘었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가 개봉하지 않았음에도 선전했다.

“추석엔 ‘천박사’” 영화계 한목소리 이유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 CGV 

상반기로 범위를 넓히면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절반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 CGV 제공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 관객 중 한국영화를 본 관객 수는 36%에 불과했다. 팬데믹 이전(57%)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낮다. 올해 개봉작 중 전체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이름 올린 한국영화는 ‘범죄도시3’와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뿐이었다.
업계 관계자 다수는 향후 몇 년 동안 침체기가 지속할 것으로 봤다. 관객 회복세가 더딘 데다 과거 활발하던 펀드 투자도 뚝 끊겼기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2~3년가량 묵혀있던 작품이 개봉하며 한국영화 전반에 대한 혹평으로 이어지는 것도 악재다. 반전 기회로 삼을 만한 추석 극장가 역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관계자는 “여름에 이어 추석연휴도 뚜렷한 승자가 없을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다수 작품을 흥행시킨 배우 강동원의 신작이자, 한국영화계 큰손으로 통하는 CJ ENM이 배급을 맡았다. 현재 CJ ENM에겐 ‘한 방’이 절실하다. 지난해와 올해 여름 텐트폴로 내세운 ‘외계+인 1부’와 ‘더 문’이 흥행 참패를 기록해서다. 330억원을 투자한 ‘외계+인 1부’는 총 관객 153만명, 286억원을 투입한 ‘더 문’은 51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올해 초 개봉한 ‘유령’과 ‘카운트’ 관객 수는 각각 66만명, 39만명에 불과했다. 한 관계자는 “펀드도 씨가 마른 상황에서 CJ ENM마저 투자를 축소할까 걱정”이라면서 “‘천박사’와 관련 없는 이들도 ‘추석엔 천박사’라며 응원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추석엔 ‘천박사’” 영화계 한목소리 이유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스틸컷. CJ EN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