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 거창 위천 초, 추석 앞두고 송편빚기 등 전통체험
- 모처럼 고택 마당에 아이들 재잘거림 가득

기사승인 2023-09-29 06: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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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아, 송편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 19일 경남 거창군에 소재한 황산전통한옥마을 내 신씨고가 사랑채 대청마루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위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종부 박정자 할머니의 설명을 들으며 송편 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 황산전통마을, 1540년 요수 선생이 터 잡은 신씨 집성촌
- 현재 민박촌으로 한옥체험도 가능

“송편은 우리 고유 명절인 추석에 햇곡식을 햇과일을 수확한 뒤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만드는 음식이에요”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 19일 경남 거창군에 소재한 황산전통한옥마을 내 신씨고가(경상남도 민속 문화재 제17호)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이 한창이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위천 초 어린이들이 할머니에게 전통예절에 관해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들과 오순도순 송편을 빚고 있다.

거창군 위천면에 소재한 위천초 고학년 학생 20여명이 선생님들과 함께 우리 고유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학교 인근에 위치한 전통마을을 찾았다.
학생들은 원학고가(猿鶴古家)로도 불리는 신씨 고택을 찾아 종가 며느리인 박정자(77) 할머니에게 송편 빚기와 함께 전통예절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나만의 송편 만들었어요'
위천 초 한 어린이가 자신만의 개성있는 캐릭터 송편을 만든 후 들어보이고 있다.

사랑채 대청마루에 둘러앉은 학생들은 할머니가 설명해 준대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반죽된 흰쌀가루를 동그랗게 만든 후 조물조물 반죽을 넓혀 소를 넣고 조심스럽게 오므리며 송편을 빚었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형태의 송편을 몇 개씩 만들어 본 후에는 자신만의 캐릭터 송편도 만들어보며 웃음꽃을 피웠다. 종부할머니와 선생님들도 학생들의 개성 넘치는 송편을 바라보며 흐믓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전통 놀이 체험"
신씨고가는 거창 신씨(居昌 愼氏) 집성촌인 대정리 황산 마을에 있으며 일명 ‘원학 고가(猿鶴古家)’라고도 한다. 대지 내에 안채·사랑채·중문채·곳간채·솟을대문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어느 정도 송편 만들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넓은 마당으로 내려와 우리 전통놀이인 투호놀이와 제기차기를 즐겼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고택 뜰에서는 모처럼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낮은 담장을 타고 마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위천 초 6학년 전민지(12) 학생은 “할머니가 알려주시는 대로 송편을 빚으니 예쁜 모양이 나와서 신기했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직접 만든 송편을 맛보니 산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맛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체험 학습을 마친 후 마을 길을 청소하며 고마움을 봉사로 되돌려 주는 의미있는 시간도 가졌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전통체험을 마친 어린이들이 종가댁 할머니의 안내로 마을을 돌아보고 있다.
거창황산리신씨고가(居昌黃山里慎氏古家)는 거창군청에서 서북 방향으로 10.6㎞ 떨어진 위천면 황산리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 인근에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수승대가 있다.

위천 초 양은진 교장은 “추석을 앞두고 학생들이 학교 인근 고택에서 종부로부터 송편 만드는 법을 배우고 전통놀이를 체험한 시간들은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며 “사회가 급변하면서 명절의 의미와 우리 것에 대한 가치가 많이 퇴색되어 안타깝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효와 전통, 교육활동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옛것을 익혀 미래를 헤쳐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황산전통마을 전경

황산전통마을은 1540년(중종 35) 요수 신권이 은거하며 후학들을 양성한 이후로 번성하여 거창 신씨(居昌 愼氏) 집성촌이 되었다. 현재의 황산마을의 50여 호 고택들은 대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건립된 것으로 한말과 일제강점기 지방 반가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황산리의 문화유산으로는 규모와 형식면에서 월등함을 보여주는 지방문화재인 ‘신씨고가(원학고가)’를 비롯하여 ‘거창 황산 마을 옛 담장’(국가 등록 문화재 제259호)이 약 1.2km 펼쳐져 있다. 마을 입구에는 600년 된 보호수인 안정좌(安亭座) 나무가 이 마을의 형성시기를 알려주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고택에서 한옥체험도 가능하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박정자 할머니는 “우리 지역은 예로부터 큰 인물이 많이 나왔다”며 “학생들에게 큰 꿈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며 가을걷이를 앞둔 고택 옆 들녘을 걸으며 당부한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이 마을의 담장은 대개 토석담으로 담 하부 2~3척 정도는 방형에 가까운 자연석을 사용했다.


한가위 맞아 “대청마루서 송편 빚어요”
황산전통마을은 1540년(중종 35) 요수 신권이 은거하며 후학들을 양성한 이후로 번성해 거창신씨 집성촌이 되었다. 50여 채의 고택이 자리한 이 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7호’로 지정될 만큼 고풍스런 멋을 간직하고 있다.

 

거창=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