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만성질환, 사회 짊어질 굴레되나

기사승인 2023-10-03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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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만성질환, 사회 짊어질 굴레되나
게티이미지뱅크


20대의 만성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젊은 만성질환이 벗기기 힘든 굴레가 돼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2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만성질환자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80대 미만 연령대 중 20대에서 당뇨 환자 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해 20대 당뇨 환자는 4만2657명. 5년 전인 2018년(2만8888명)에 비해 47.4% 증가했다. 고혈압 역시 20대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20대 고혈압 환자는 30.2%가 불었다. 

서 의원은 “당뇨와 고혈압으로 인한 진료비만 한해 2조원이 넘는 상황”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만들지 말자”고 강조했다. 

◇ 예견된 현실…“자가관리 모델 육성 필요”

의료 전문가들은 20대의 만성질환 급증이 예견된 일이라고 전했다. 서민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대는 자극적이고 간편한 고칼로리 음식에 익숙하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패스트푸드 등을 즐겨 찾던 문화가 생활 속에 녹아있다”고 짚었다. 

과도한 칼로리 섭취가 반복되고, 운동이 부족하면 체지방이 늘면서 비만 위험을 높인다. ‘만병의 근원’으로 불리는 비만 또는 내장지방은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과 직결된다. 음주나 흡연이 더해지면 만성질환에 이르는 시간이 당겨진다.

20대 만성질환의 증가세를 잡으려면 발생 위험을 줄여야 한다. 올바른 식습관,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 운동 등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20대의 생활을 개선하자면 사회가 능동적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20대가 놓인 환경을 바꿀 수 없으니 그 환경에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점검하며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호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학술이사)는 “지역사회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자가관리 프로그램 등을 적극 실행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구를 통해 사회적 모델을 만들고 지속성을 갖고 운영하는 게 관건”이라고 전했다. 

◇ 관리 공백기…“적극적 확인·치료 절실”

20대 만성질환이 해를 거듭하며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 같은 양상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은 등록 대상이 30세 이상이다. 권상희 질병관리청 만성질환예방과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심이 미쳤던 가장 낮은 연령대가 30대였다”며 “20대는 발굴이 이어져야 할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현재로선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둔다. 하예진 복지부 건강정책과 사무관은 “동네의원을 다니는 환자에게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 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을 전개 중”이라며 “중장년층과 함께 20대 청년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호 교수는 “소아·청소년 관리는 그나마 학교에서 접근이 가능한데, 성인이 된 이후 수 년 간은 사실상 관리 반경에서 놓치는 공백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젊은 만성질환자 대다수는 자신이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지난해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30대의 고혈압 인지율은 17%에 불과했다. 치료 비율도 14%에 그쳤다. 

이 교수는 “만성질환이 이른 나이에 생기면 망막병증, 말초혈관질환 같은 합병증이 더 일찍 따라붙게 되고, 각종 질환에 따른 사회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민석 교수는 “젊은 만성질환에 대한 확인과 치료가 절실하다”며 “조기검진 강화를 비롯한 대응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