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QS 패배한 ‘고리’ 김태우…“‘아담’의 ‘가렌’ 픽 전혀 예상 못해” [롤드컵]

기사승인 2023-10-09 19: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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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QS 패배한 ‘고리’ 김태우…“‘아담’의 ‘가렌’ 픽 전혀 예상 못해” [롤드컵]
골든 가디언스의 ‘고리’ 김태우. 사진=차종관 기자

 ‘고리’ 김태우가 ‘아담’ 아담 마네네의 ‘가렌’ 픽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태우가 속한 골든 가디언스는 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LoL 2023 월드 챔피언십 선발전 시리즈(WQS)’에서 팀 BDS를 상대해 세트 스코어 0대 3으로 완패했다. 이 경기로 골든 가디언스는 ‘LoL 2023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에 최종 실패했다. 반면 팀 BDS는 소속 리그인 ‘LoL EMEA 챔피언십(LEC)’ 4번 시드를 받고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직행하게 됐다.

마지막 남은 롤드컵 진출 티켓을 눈앞에서 놓친 김태우는 침통한 표정으로 인터뷰룸에서 쿠키뉴스를 맞이했다.

그는 “상대와 비교해 모든 부분이 부족했다”고 총평하며 “경기를 오래 안 해서 팀의 게임 감각이 안 좋아졌다. 또한 지난 연습 과정도 좋지 않았다. 챔피언 픽, 연습 방식, 피드백 과정이 모두 잘못된 상태에서 1세트를 지니 그 다음부터는 모두가 갈 길을 못 찾았다”고 패인을 밝혔다.

김태우는 골든 가디언스가 상대 정글로 ‘세주아니’와 ‘마오카이’가 나올 거라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스크림과 연습 과정에서 세주아니와 마오카이를 한 번도 상대해 본 적이 없다”고도 전했다. 상대의 1, 2, 3번째 밴 카드는 예상했지만, 팀이 생각했던 정글 챔피언을 상대하는 게 아니다 보니 ‘뭘 해야 될지 솔직히 모를 정도’로 팀 BDS를 상대하기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태우는 팀에 대한 답답한 마음도 과감히 털어놨다. 그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LoL 프로 리그(LPL)’는 라인전이 힘들어도 게임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픽을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골든 가디언스는 “각자 개개인이 원하는 픽을 한다. 선수들의 입김이 세다는 게 느껴진다”고 평했다. 이러한 경향은 이날 경기에서도 이어진 듯 보였다. 김태우는 “2, 3세트의 저희 팀 밴픽을 보고 ‘이게 뭐지, 무엇을 원하는 밴픽이지’ 등의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후회도 막심해 보였다. 그는 “1세트 때 상대 마오카이가 칼날부리로 정글링을 시작하는 걸 봤다”면서도 “와드를 박는 걸 상대에게 보여줘서 정글러가 그 와드 뒤로 돌아 갱킹을 왔다. 제가 죽어서 게임이 망가졌다. 그게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

그동안 김태우는 라인전 단계에서의 플레이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아오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그는 “딱히 오늘 경기에서 상대 플레이에 의한 압박감은 받지 못했다. 라인전 연습을 많이 했고, 어떻게 이득을 더 굴릴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 앞으로도 꽤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게임 과정에서 스스로 느낀 압박감은 컸다. 1세트에서 선취점을 내준 뒤 안 보이는 정보에 대한 과의식이 게임을 하기 힘들게 했다”고 털어놨다.

1세트 ‘요네’ 픽의 이유도 밝혔다. 김태우는 “비록 연습 과정이 안 좋았지만, 요네만 픽하면 다 이겼다. 사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챔피언 티어가 좋다고 생각됐다. ‘밴 카드 없이 1픽에 선택해도 다 이길 수 있을 거다’란 자신감을 가지고 1세트에 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취점을 내준 뒤 팀 전체적으로 요네 픽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됐다”고도 밝혔다.

WQS 패배한 ‘고리’ 김태우…“‘아담’의 ‘가렌’ 픽 전혀 예상 못해” [롤드컵]
밴픽에 임하고 있는 김태우. 사진=차종관 기자

이날 경기에서는 팀 BDS의 탑 라이너 아담 마네네가 2세트부터 가렌을 픽한 뒤 최고의 활약을 펼쳐 화제가 됐다. 김태우는 “그가 가렌을 픽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여기서 지면 롤드컵에서 탈락하는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상대도 우리만큼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가렌 픽은 할 거 같지 않았고, 밴 카드로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3세트에서 점멸과 점화에 이은 스킬 콤보로 아담 마네네의 가렌에게 솔로킬을 당했다. 김태우는 “직접 맞아보니까 ‘이게 가능한 챔피언이구나. 이게 되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태우는 과거 LCK에서 뛸 당시 뛰어난 한타 실력으로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유독 이날 경기에서는 그의 한타 실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김태우는 “LCK 시절에는 농심 레드포스 팀원들이 한타를 보는 각이 다 똑같았다. ‘피넛’ 한왕호가 적당히 오더하면 한타를 대충 해도 이겼다”고 회상하면서도 “지역을 옮기면서 느낀 거지만, 리그마다 한타를 보는 디테일이 너무 다르다. 특히 북미에 오고 나서는 한타가 정말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언어의 한계, 한타를 보는 관점의 차이, 각자 하고 싶은 플레이의 차이 때문에 답을 못 찾은 상태로 시즌이 끝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태우는 오랜 기간 롤드컵 진출에 도전했지만, 올해에는 바람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그는 “항상 바로 앞에서 무너졌다. 농심 레드포스와 PSG 탈론 때도 그렇지만, 한 번만 이기면 롤드컵인데 맨날 졌다. 내년에는 조금 더 빨리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짓고 연습에 매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남겼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는 ‘LoL 챔피언십 시리즈(LCS)’에서 뛰는 김태우가 ‘향수병’이 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김태우는 “제가 향수병에 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견 충돌 때문에 혼자 많이 힘들어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골든 가디언스는 지난 서머 플레이오프에서 NRG에게 패배한 이후 감독과 코치, 팀원들이 서로 느낀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생각했던 문제들을 다 말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태우는 “누군가 의견을 내면 다른 사람이 ‘아니다, 내가 맞다’라고 하는 결론이 많이 나왔다”고 증언하며 “서로 의견 조율이 안 돼서 아쉽다”고 전했다.

김태우는 LCK와 LPL에서 짧은 선수 생활을 한 후 ‘퍼시픽 챔피언십 시리즈(PCS)’에서 선전하고 끝내 LCS에서 ‘올 프로 팀’에 선정됐다. 그는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농심 레드포스에 있을 때 좀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때의 내가 밉기도 하다. 롤드컵을 목표로 LCS에 왔지만 진출하지 못했다. 그래도 스스로 발전하고 있고 게임을 보는 관점과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뿌듯하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시간을 쓰는 만큼 잘해지니까 더 노력해서 내년에 꼭 좋은 모습으로 롤드컵이든, 국제 대회든, 리그든 우승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우는 인터뷰를 빌어 자신을 지켜보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경기했는데 너무 못해서 죄송하다. 다음에 모습 비출 때는 더 잘하겠다. 북미 팬들에게도 죄송하다. 제가 외국인 용병인데 잘 못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김태우는 “다음 시즌 거취를 알 수 없지만, 북미에서 다시 보게 된다면 제가 북미에서 가장 잘하는 미드 라이너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