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참패’에 불붙는 수도권 위기론…한동훈의 미래는

강서구 보선, 국힘 참패·민주 완승
수도권 위기론 재부상
한동훈 총선 차출론 솔솔

기사승인 2023-10-14 1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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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참패’에 불붙는 수도권 위기론…한동훈의 미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임형택 기자

국민의힘이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수도권 위기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역할론을 놓고 여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민주당 후보는 최종 득표수 13만7065표(득표율 56.52%)를 얻으며 당선됐다. 경쟁자인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9만5492표(39.37%)를 얻는 데 그쳤다. 두 후보 간 표차는 4만1573표, 득표율 차이는 17.15%p에 달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열린 유일한 선거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선거 향배를 가르는 승부처다. 21대 총선 당시 위성정당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사상 초유의 의석수를 얻은 비결도 수도권 대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수도권 121석 가운데 103석, 85%를 얻었다. 22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금, 여당이 수도권 위기론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권 내에서는 타개책으로 ‘한동훈 총선 차출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장관이 총선에 직접 출마해 당의 간판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 견인·중도 외연 확장을 통해 승리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동훈 장관이야말로 현 지도부의 약한 존재감을 대신해 수도권 승리를 이끌 새 얼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장관의 정치적 체급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초반에는 △엘리트 검사 출신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 △최연소 법무부 장관 이력 등 화려한 배경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최근에는 민주당과 수차례 각을 세우며 여권의 ‘빅스피커’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여타 정치인들을 압도하는 언변과 주목받는 의제를 던지는 정무 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강서 참패’에 불붙는 수도권 위기론…한동훈의 미래는
리서치뷰 제공.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한동훈 총선 역할론’을 뒷받침한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 2일 공표한 정기조사 결과(자체조사·지난 9월 29~30일·전국 성인 남녀 최종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무선 RDD 100% 전화ARS·응답률 3.2%·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한 장관은 보수 진영 차기 주자 선호도에서 2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4%, 홍준표 대구시장이 11%, 오세훈 서울시장이 8%,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7%,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3% 순이었다. 다른 인물은 6%, 없음/모름은 24%였다. 

비윤계마저 한 장관 출마에 힘을 싣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한 장관이 총선에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총리 트랙으로 가는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상황 속에서 (총선 출마가) 한 장관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라고 전망했다. 한 장관이 각료와 정치인의 기로에서 고심했겠지만,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된 만큼 최우선의 선택은 총선 등판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시기상조라는 시선도 있다.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을 잡는 조력자 역할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이 한 장관을 지지하는 이유는 장관 역할을 잘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 장관은) 아직 내각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잠재적 차기 대권후보가 일개 국회의원이 되도록 조장하는 것은 장·단기적으로 결코 국민의힘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13일 채널A 뉴스A라이브에서 “나라에 기여하는 방법이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하는 게 더 큰지, 총선에 출마하는 게 더 큰 기여인지는 본인이 심사숙고 하지 않을까”라며 “어디에 출마하는지도 중요하고 지역적, 시기적으로 등에 대해 경우의 수가 많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상당히 어렵다”고 전망했다.

친윤·검찰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자칫 윤석열 정부의 ‘검찰공화국’ 프레임을 강화해 부정적 여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재선 의원은 “친윤 이미지가 강한 한 장관이 총선에 나설 경우, 건강한 당정을 유지하겠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잃을 것이다. 총선에서도 필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수도권 승리를 위해 인지도·실력·전투력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스타’가 필요하다. 한 장관만한 인물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통해 한 장관을 ‘식물 장관’으로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 장관 총선 활용법에 대한 여지 자체가 사라진다”라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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