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아침이 와요”…마음 아픈 현대인 위한 힐링 동화

기사승인 2023-11-01 12: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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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아침이 와요”…마음 아픈 현대인 위한 힐링 동화
(왼쪽부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출연한 배우 장동윤, 박보영, 이정은, 연우진. 사진=임형택 기자

부잣집 딸로 태어나 판사와 결혼한 40대 여성. 일생 ‘넌 모든 걸 가졌다’ ‘너처럼 살면 소원이 없겠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니’ 같은 말을 듣고 살았다. 그런 그가 갑자기 옷을 벗고 춤을 추고 쇼핑과 유흥에 미친 듯이 빠지니 엄마는 미칠 노릇이다. 결국 정신의학과에 입원한 이 여성에게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이 말한다. “처음부터 환자인 사람은 없고 마지막까지 환자인 사람도 없어요. 어떻게 내내 밤만 있겠습니까. 곧 아침도 와요.” 오는 3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1화 속 한 장면이다.

정신의학과 병동은 다른 과와 달리 커튼이 없다. 그래서 아침 해가 가장 빨리 든다. ‘정신병동에도~’는 이곳의 일상을 동화처럼 그려낸다. 실제 정신의학과 병동 간호사가 연재한 웹툰을 각색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재규 감독은 1일 서울 종로6가 한 호텔에서 열린 ‘정신병동에도~’ 제작발표회에서 “불안증세나 강박을 가졌거나 우울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정신력이 약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신질환과 정신력은 무관하다”면서 “우리 작품이 (정신질환을 가진) 상대에 대한 시선과 태도가 달라지고, (정신의학과를 대하는) 문턱이 낮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곧 아침이 와요”…마음 아픈 현대인 위한 힐링 동화
‘정신병동에도~’ 스틸. 넷플릭스 

작품은 3년 차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다은은 내과에서 일하다 이제 막 정신의학과로 전과한 상태다. 병실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환자에게 도움을 주려다 일을 꼬이게 하고, 까닭 없이 자신을 미워하는 환자 때문에 눈물 바람을 이루기도 한다. 박보영은 “다은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간호사다. 마음이 따뜻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느라 오히려 문제를 겪기도 한다. 내게도 그런 면이 있다. 다은이를 연기하면서 저도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작품에선 이정은을 필두로 이이담, 이상희, 박지연, 전배수, 장률 등 병원 식구들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지난해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을 글로벌 히트시킨 이 감독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정신병동에도~’를 만나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촬영장에서 배우들 연기에 빠져 얼굴을 파묻고 울었을 정도다. 대중매체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은 정신질환을 왜곡하지 않으려 서울 성모병원 정신의학과 의료진에게 자문받았고, 현장에 간호사도 상주했다. 이 감독은 “의학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취재와 자문을 철저히 했다. 다만 현실을 그대로 (작품에) 가져오면 보기에 힘들 것 같아 세트장 등을 현대적인 동화 같은 느낌으로 연출했다. 의사는 의사답게 간호사는 간호사답게 환자는 환자다울 수 있도록 표현했다”면서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드라마”라고 자신했다. 총 12부작.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