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니까 괜찮다?…노로바이러스, 영하 20도여도 안심 금물

기사승인 2023-11-20 14: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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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니까 괜찮다?…노로바이러스, 영하 20도여도 안심 금물
게티이미지뱅크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면서 식중독 위험이 낮아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노로바이러스’는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른 식중독 바이러스와는 달리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생존 기간이 연장되고 감염력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20일 지정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겨울철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증가하는 이유는 기온이 낮아 어패류나 해산물이 상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익히지 않고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음식은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에도 안심할 수 없다. 영하 20℃에서도 살아남고, 60℃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성이 유지되는 탓이다. 또 일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도 그 활성이 상실되지 않을 정도로 저항성이 강하다. 

익히지 않은 해산물 주원인…오심·구토·설사·복통 나타나

노로바이러스는 보통 익히지 않은 어패류나 해산물, 갑각류, 오염된 지하수, 가열하지 않은 생채소 등을 통해 감염된다. 

또 감염된 사람에서 전파되기도 한다. 감염자의 대변이나 구토물, 감염자가 접촉한 물건에 의해 바이러스에 오염되고, 그 바이러스가 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오면 감염을 일으킨다. 노로바이러스는 단 10개의 입자로도 쉽게 감염될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 감염자의 구토물이나 분변 1g당 약 1억 개의 노로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일(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오심이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2~3일 동안 증상이 지속하다가 빠르게 회복된다. 소아는 구토가 흔하고 성인은 설사가 주로 생긴다.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발열은 감염된 환자의 절반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하고, 물처럼 묽은 설사가 하루 4~8회 정도 나타난다. 다만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장에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형태의 감염으로 설사에 피가 섞이지는 않는다. 

진단은 환자의 토사물이나 분변 등의 검체에서 노로바이러스의 특징적인 입자를 검출해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자현미경이나 면역전자현미경을 이용한 방법도 사용한다. 

음식 익혀 먹어야…노인·영유아 합병증 주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회복된다. 보통 수분을 공급해 탈수를 교정해주는 보전적 치료가 이뤄진다. 구토나 설사가 심한 경우 추가적인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항생제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역시 없다. 종류가 많아 한 번 감염된 이후에도 재감염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유전자에 따라 28종으로 구분된다. 백신 개발이 힘든 이유다. 

유전적 특성에 따라 심한 증상으로 발전하는 사람도 있다. 노인이나 소아, 영아는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의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오염된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것은 물론, 외출이나 화장실 사용 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조리 시작 전후에도 반드시 손을 씻는다. 식품은 85℃에서 1분 이상 가열한 후 조리하고, 조리된 음식을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또 채소류 등 비가열 식품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섭취한다. 

노로바이러스 환자와 화장실 등의 장소를 공유한다면 화장실, 변기, 문 손잡이 등은 염소 소독제를 40배 희석(염소농도 1000ppm)해 소독한다. 감염이 의심될 때는 화장실에서 용변 또는 구토 후 변기 뚜껑을 꼭 닫고 물을 내리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구토나 설사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요리도 하지 않는 게 좋다. 구토, 설사 증상이 멈추더라도 최소 2일은 휴식한다. 

지정선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음식은 익혀 먹기, 물 끓여 먹기 등을 실천하고 생굴, 조개, 회 등 익히지 않은 어패류나 수산물을 먹을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