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행동주의펀드, 상장기업 주총 앞두고 긴장↑

내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목전…행동주의펀드 움직임 ‘주목’
올해 주주제안 승인 안건 11%에 불과, “주요 기관투자자 설득 못한 결과”
“내년 주총, 투자자 공감대 형성 必…기관투자자·일반주주 우호세력 만들어야”

기사승인 2023-12-14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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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행동주의펀드, 상장기업 주총 앞두고 긴장↑
쿠키뉴스DB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가장 중요한 수단인 내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가 주목받는 모양새다. 올해에도 국내 주주행동주의 활발한 활동이 이어졌던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연말과 연초에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들의 주주제안을 상정한 상장사는 전년 대비 57.1% 증가한 44개사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은 14개사에서 22개사로 8개사가 늘었다. 코스닥 시장도 동일한 수치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상정된 주주제안 79건 중 승인된 안건은 11.4%에 불과한 9건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표 대결에서 패배함에 따라 주주제안 안건의 승인율은 저조한 셈이다. 주주환원 강화 안건인 현금·주식 배당 요구와 주식 취득·소각은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제안 승인율이 저조한 요인은 적극적인 의결권 위임 노력에도 안건 내용상 국민연금과 같은 주요 기관투자자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올해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수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을 제출으나 고배를 마셨다. 구체적으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과 BYC에 대해 주주행동에 나섰다. 이외에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JB금융지주)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KISCO홀딩스 등이 있다. 하지만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모두 부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이어지는 모양새다. 우선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이달 초 KT&G 이사회에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FCP는 올해 9년째인 백복인 KT&G 사장의 그간 성적표를 공개하면서 낙제점을 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백복인 현 사장은 2015년 KT&G에 처음 취임한 이후 2018년과 2021년 2차례 연임했다. 백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FCP는 “지난 2015년 백 사장 취임 이후 코스피는 26% 올랐으나 KT&G 주가는 19% 하락했다”며 “이익은 역성장하는데 (경영진은) 매출만 부풀려 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KT&G는 지난 9년간 매출은 40%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17% 줄어들었다. 동종업계와 영업마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불붙는 행동주의펀드, 상장기업 주총 앞두고 긴장↑
FCP

이들은 오는 2024년 주주총회 전에 차기 사장 후보 검증 기간을 충분히 가질 것과 후보 자격을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후보 자격을 외부에도 개방해 이사회가 글로벌 소비재 (FMCG) 전문경영인을 적극 물색 및 영입할 것을 주장했다. 이후 KT&G는 차기 사장 후보자 선정 시 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사장을 다른 후보자에 비해 우선 심사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아울러 사장 선임 절차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영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팰리서캐피탈도 최근 삼성물산에 대해 자사주 소각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발표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살펴보면 삼성물산 주가와 내자가치 사이엔 250억달러 상당 차이가 있다. 할인율로 환산할 경우 63%에 달한다. 이에 따라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에 △현금성 자산 활용 및 지배구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 증대 △자본 배분 전문가의 이사진 추가 등을 권고했다.

소기 성과를 달성한 사례도 있다.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은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주주서한에서는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 중장기 수익성 개선 전략을 요구했다. 이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것에 대해서는 이사회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발표한 배당성향 50% 이상이라는 주주환원 계획과 관련해 근원적 수익성 개선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이 아쉽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근본적이 경영 구조 개선 및 기업가치 정상화를 지속해서 요구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외에도 비영업자산의 구체적인 구체적인 효율화 방안을 재차 언급했다.

증권가에서는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이 더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주총회 실시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내년 3월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고 가정하면, 1~2월에 주주총회 안건을 보내야 한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상장회사에 주주제안을 실시하려면 1%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자본금 1000억원 이상은 0.5%)해야 한다. 이에 행동주의 전략을 취하는 펀드들은 내년 정기 주주총회 시점을 기준으로 캠페인을 벌일 대상 기업들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 있었던 행동주의 캠페인들도 대다수 지난해 12월에서 올 1월 사이에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주주행동주의 단독으로는 기업 행동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와 연합하거나 기관투자자 내지 일반주주를 우호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주행동주의가 제기하는 이슈가 일관성 있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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