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내년 국내 증시 ‘상승 전망’…“기업 영업익 예상치 과도” 비판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증권가의 내년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 지나치게 낙관적”
“주식시장에 대한 의견 교류 문화에 대해 참여자 모두 고민해야” 주장
업계 관계자 “충분히 지적할 만한 내용…확산 가능성은 물음표”
투자업계, 내년 코스피 낙관적 전망 내놔

기사승인 2023-12-16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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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내년 국내 증시 ‘상승 전망’…“기업 영업익 예상치 과도” 비판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내년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대체로 상승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업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파장은 있겠으나 미비할 것으로 봤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증권가에서 내놓은 내년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데이터 집계 기관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를 모아 만든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올해 대비해 2024년 5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물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든 숫자”라고 밝혔다.

올해 2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3% 줄었다. 그러나 3분기에 급격히 오르면서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세로 변화했다. 강 연구원은 “해당 변화 수치에 대해 직선적 사고와 더불어 낙관적 편향이라는 암묵적 관행을 더한 결과, 내년 상장사 영업이익이 50.6% 상승하게 될 것이란 컨센서스가 나타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하기 위해서는 △금융위기 직후처럼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로 재정 및 통화 양측의 대규모 부양책 실시 △코로나19 이후 부양책과 함께 대면 소비가 제로부터 재출발 등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내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증권가, 내년 국내 증시 ‘상승 전망’…“기업 영업익 예상치 과도” 비판도
DB금융투자

그는 과도한 컨센서스가 형성된 이유에 대해 예전 회사에서 투자전략을 맡은 지 얼마 안 됐던 시기를 예로 들었다. 주식시장에 대해 하락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가 나간 이후 한 투자자의 항의성 전화로 곤욕을 치룬 바 있다는 내용이다.

강 연구원은 “다행히 오늘날에는 이같은 현상이 확연하게 줄었으나, 오랜 시간 쌓여 온 업계 관행을 무시하기도 쉽지만은 않다”며 “양질의 애널리스트 의견이 제시되기 위해서는 이를 수용하는 세상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주식시장에 대한 의견 교류 문화에 대해 참여자 모두가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애널리스트가 연말을 앞두고 이런 화두를 끄집어낸 시도 자체는 되게 좋은 것 같다. 충분히 지적하고 얘기할 만한 내용인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목소리가 커져서 확산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은 물음표”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업 분석 섹터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얘기를 잘 못할 것 같다”며 “다만 이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마켓 애널리스트들은 약간 그런 부분에서는 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코스피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5개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말 코스피가 최대 283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전날 종가 기준 코스피가 2559.45선에 안착한 점을 고려하면 약 11%의 상승 모멘텀을 보유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계 투자은행 HSBC는 코스피 목표지수로 2830선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와 시티는 2800이란 목표치를 내놨다. 모건스탠리와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상대적으로 낮은 2700으로 설정했다. 이들의 긍정적인 증시 전망은 올해 4분기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난 반도체 업황 개선에 근거를 둔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 상장사 중 반도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33%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들도 코스피 상단을 높게 점치는 상황이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내년 국내 증시 전망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고점을 2600~2800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증권은 코스피 타깃으로 2810선을 제시했다. 이들은 코스피가 내년 중반에 느리지만 회복하는 실적을 확인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는 유지될 것으로 추정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의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는 52%다. 여기서 기여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IT와 소재, 산업재의 실적전망은 최근 하향하는 추세”라며 “이는 연말과 연초 성장에 대한 기대를 한 풀 꺾을 것이나, 느리지만 올라오는 이익률과 성장률은 내년 중반 다시 과대추정을 만들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를 유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증권은 내년 코스피가 ‘나이키 형태’를 그리며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레벨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내년은 경기 동행지수가 바닥을 찍고, 경기 선행지수가 반등하는 등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대차증권이 제시한 코스피 고점은 2780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내년 코스피가 하반기 상승한 이후 하반기 횡보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 고점은 2650선으로 봤다. 아울러 투자 측면에서 상반기에 비중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는 투자 전략을 내비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투자 환경을 뒷받침할 예정”이라며 “하반기는 상승 모멘텀 부재로 지수 횡보 가능성이 높다. 정책 효과 약화와 정치 불확실성으로 미시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2~3년간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내년에는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기대감에 아웃슈팅한 주가 흐름이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는 결국 경기 침체 때문이고, 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더 이상 부양하지 못해 내리는 것”이라며 “금리를 인하 해도 사실상 달라지는 부분이 없어 침체 인식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후 소스는 부재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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