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독성 우려에 이산화티타늄 솎아내는 유럽…국내 제약업계 촉각

유럽, 식품 사용 금지 이어 의약품까지 범위 확대 가능성
국내 업계도 건기식에 적용 시작…의약품 반영엔 우려
식약처 “국내외 정보·동향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대응”

기사승인 2024-01-07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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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독성 우려에 이산화티타늄 솎아내는 유럽…국내 제약업계 촉각
쿠키뉴스 자료사진


유럽을 중심으로 의약품에 이산화티타늄(TiO2)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전개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산화티타늄이 배제된다면 의약품 생산 전반에 혼선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주목해야 할 세계 바이오산업 정책 변화를 이끄는 주요 사안으로 ‘이산화티타늄’이 꼽혔다. 

앞서 유럽집행위원회(EC)는 지난 2022년 1월 이산화티타늄을 식품 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그해 8월부터 전면적 사용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또 해당 조치를 의약품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럽의약품청(EMA)은 오는 4월1일까지 의약품에 대한 이산화티타늄 사용 안전성 평가 결과를 유럽집행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산화티타늄은 식품의 색상 첨가제로 사용된다. 또 의약품 정제나 캡슐 필름 코팅, 자외선 보호를 위한 불투명화제 등과 같은 부형제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만 9만1000개의 의약품에 쓰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7600여개 제품(완제의약품의 41%)이 이산화티타늄을 함유하고 있다.

여러 방면으로 사용되던 이산화티타늄은 유전 독성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식품 첨가제에 들어가는 이산화티타늄이 체내에 축척되면 유전 세포를 변형시키고 암을 일으키는 유전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역시 이산화티타늄 가루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2군 발암물질B로 분류해왔다.

다만 아직까지 독성 위험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미국 등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첨가제로 쓰는 극소량 단위의 이산화티타늄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독성연구기관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유욱준 박사가 지난 2019년 진행한 ‘임신 중 이산화티타늄 노출에 대한 안전성 연구’에서도 특이적 독성학적 영향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업계는 건강기능식품에 있어서는 자발적으로 이산화티타늄을 제외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유럽 국가 수출을 위해서는 성분을 변경해야 한다. 

일부 업체의 마케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분을 대체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건강기능식품 제품을 보유한 A제약사 관계자는 “건기식에 함유되는 이산화티타늄의 양은 극소량인데다 정부에서도 위해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일부 업체들이 ‘안전성이 우려되는 성분인 이산화티타늄을 뺐다’는 식으로 제품 광고를 해 다른 업체들도 해당 성분을 제외시킨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유럽의약품청의 안전성 평가 결과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B제약사 관계자는 “이산화티타늄은 대부분 경구제(먹는 약)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만약 극소량인데도 인체에 위해성이 있다고 하면 조치에 들어가야 하겠지만, 대체 성분을 찾고 재개발부터 재생산까지 복잡한 작업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위해 근거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다면 급하게 바꿔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 시점에서 이산화티타늄에 대한 제재는 고려하지 않으나 해외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2년 식약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과 함께 이산화티타늄 함유 의약품에 대해 한 차례 실태조사에 나선 바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외 규제 현황, 대체 물질 현황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이산화티타늄의 의약품 첨가제 사용을 제한할 근거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내외 안전성 정보 및 동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한 경우 대응할 계획이다. 관련 연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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