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우유 가격…인하 요구에 업계 “조정 쉽지 않다”

우유 전년 대비 상승률 10%…14년 만에 최대
국제 정세·수입 물가 등 가격 인상 가능성 있어

기사승인 2024-01-19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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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우유 가격…인하 요구에 업계 “조정 쉽지 않다”
18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우유 물가의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면서 발효유와 치즈,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19.1%) 이후 14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과 비교하면 2.8배 수준이다.

유제품도 물가 상승률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발효유 물가 상승률은 12.5%로 1981년(18.4%) 이후 4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치즈는 19.5%로 2008년(22.0%) 이후 15년 만에 최고였다. 또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률이 10.8%로 2008년(14.4%)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분유는 6.8%로 2014년(7.15%)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우유 관련 제품 물가가 크게 오른 이유는 원료인 원유 가격이 인상된 이후 유업체들이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기 때문이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10월 흰 우유 제품인 ‘나100%우유’(1L) 출고가를 대형 할인점 기준으로 3% 인상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동원F&B 등도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을 올렸다. 롯데웰푸드와 빙그레, 해태 등 빙과업체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유업계와 낙농계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도 같은 시기 음용유용 원유 공급 가격을 리터(ℓ)당 88원,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87원 올린 바 있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우유 물가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낙농진흥회는 통계청이 매년 5월 말께 발표하는 원유 생산비 변동 폭이 ±4% 이상이면 협상을 통해 원유 가격 조정에 나선다.

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국내 사료값 안정화로 원유값 인상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가격 인상을 예상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조정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국제 정세와 수입 물가 가격 변동에 따라 국제 곡물 가격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중동 지정학적 위기와 원·달러 환율의 상승 등으로 수입 물가 가격 변동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물류비와 커지는 인건비 부담도 원윳값 인상에 불가피한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단체들은 빙과업체들이 원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과도하게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업체들이 원유 가격 상승을 제품 인상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작 인상률은 재료 가격 상승률을 최대 4배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유 가격 외 원부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의 영향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때 공통적으로 주장한 ‘국내 원유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며 “원유 가격 상승을 빌미로 단행하는 가격 인상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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