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플레이션’ 성큼…‘반값 멸균우유’ 성장세 가속화

기사승인 2024-01-22 23: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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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플레이션’ 성큼…‘반값 멸균우유’ 성장세 가속화
지난 18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공포가 지속되면서 값싼 멸균 우유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고물가에 소비자들도 저렴한 해외 멸균우유로 눈을 돌리고 있어 우유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U는 해외 직소싱을 통해 제조사브랜드(NB) 우유의 반값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멸균 우유 2종을 내놨다. 해외 제조사에서 직접 우유를 수입·판매하는 것은 편의점 업계 최초다. 폴란드에서 직수입한 1L짜리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 2종으로, 판매 가격은 개당 2100원이다. CU에서 판매 중인 NB 흰우유와 비교해 최대 46% 저렴하다. 수입 벤더사들을 거치지 않고 직소싱을 진행해 매입 원가를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BGF리테일 측은 “장바구니 대표 품목으로 편의점서도 구매 비중이 높은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우유 상품 발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상승했다. 우윳값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19.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과 비교하면 2.8배 수준이다. 우유 가격이 오르며 치즈와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가격도 같이 뛰었다.

밀크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해외 우유 수입량도 증가하면서 멸균우유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액은 1531만달러(약 19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48만달러 대비 46.1% 증가했다. 수입 중량 역시 1만8379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4675톤)보다 25.2% 증가했다. 
 
멸균 우유는 가격 뿐만 아니라 영양 측면에서도 일반 우유와 큰 차이가 없어 인기를 얻고 있다. 멸균우유는 고온에서 가열해 미생물을 없앤 우유다.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일반 살균 우유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기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해외 멸균우유 대부분은 국산 일반 우유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수입 멸균우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폴란드산의 경우 리터(L)당 가격대가 1600~1800원대 수준이다. 국내 일반 우유(2900원대) 보다 1000원 넘게 저렴하다.

그러나 멸균 우유 인기에 낙농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소비자들이 수입 우유만 찾게될 경우 국내산 우유 시장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우유에 대한 관세율이 없어지면 우유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올해 각각 7.2%, 6.8%인 미국과 EU산 우유의 관세율은 매년 순차적으로 인하돼 2026년에는 0%가 된다. 그렇게 되면 수입 우유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는 만큼 국내 농가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선 당장 예측하긴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멸균 우유 생산량이 5~10년 전에 비해 물량이 늘긴 했지만 공급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비율로만 따지면 2~3% 사이”라며 “시점으로 보면 수치상 크진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26년 관세가 없어지게 되면 국내 우유의 가격적 메리트가 높아지게 되고 이후 여러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