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방위비 안내면 러 부추길 것” 트럼프 발언에 유럽 ‘들썩’

기사승인 2024-02-12 11: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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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방위비 안내면 러 부추길 것” 트럼프 발언에 유럽 ‘들썩’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런던데리의 유세장에 도착해 많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탄발언’이 유럽 전역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취지로 말해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서면 성명을 통해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며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엔 단결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며 “세계에 더 많은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영국의 상원의원과 폴란드의 국방장관, 체코의 외무장관 등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동맹국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우회적 비판에 나선 곳도 있다. 독일 외무부는 이날 엑스에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는 해시태그와 함께 “나토의 신념은 앵커리지(미국 알래스카 도시)부터 에르주름(튀르키예 도시)까지 9억5000만명 이상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외신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방보다 적국의 편을 들면서 국제 질서를 뒤엎겠다고 위협 중이라고 분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중동의 우방을 지켜온 ‘안보우산’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도 “자극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지지자를 흥분시키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형적인 방식”이라며 “푸틴이나 시진핑이 동맹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오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러시아가 공격해도 나토 동맹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