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쉴래요”…전공의들, ‘계약 종료 투쟁’ 카드 만지작

대전협, 파업 여부 밤샘토론…당장 단체행동 안 한다
전공의들 2월 말 ‘재계약 않는 방식’ 투쟁 검토
이형민 교수 “인턴들 계약 연장 종료 막을 방법 없어…진료 차질 불가피”

기사승인 2024-02-14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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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쉴래요”…전공의들, ‘계약 종료 투쟁’ 카드 만지작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사단체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들이 잠시 흰 가운을 내려놓는 ‘계약 연장 종료’ 투쟁을 검토하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면허 취소 등 강도 높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전공의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 ‘파업’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2일 오후 9시부터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단체행동에 나설 건지 논의했다. 다음날 오전 1시까지 4시간가량 이어진 난상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다. 파업 여부도 투표에 붙였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집단행동 계획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각 수련병원별로 전공의 단체행동 움직임을 파악하는 현장점검팀을 구성하고,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강공을 펼치고 있다. 전공의가 파업을 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이에 불응할 경우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당장은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다만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한 만큼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대전협은 전공의 4200명(전체 28%)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 중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4곳의 전공의들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1년 쉴래요”…전공의들, ‘계약 종료 투쟁’ 카드 만지작
13일 한 대형종합병원 로비. 사진=김은빈 기자

우회적인 형태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달 말 전공의들의 재계약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공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통칭하는 말로, 통상 1년의 인턴 기간이 끝난 뒤 3~4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다. 현재 대다수 병원들은 인턴은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는 3∼4년의 수련기간을 명시해 수련 계약을 맺고 있다. 각각의 수련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병원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는 “인턴들은 1년 쉬고 다시 시험을 보고 들어오면 되기 때문에 잃을 게 별로 없다”면서 “전공의가 파업을 하면 진료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상황을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인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2월 말이 지나면 많은 사람이 사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인턴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공백 발생은 불가피하다. 이 교수는 “응급실은 26개 진료과랑 모두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전공의에 결원이 생길 경우 응급의료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현실화되면 정부의 추진 동력이 꺾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공의들은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지역 공공의대 추진 등에 반발하며 집단 휴진을 벌인 바 있다.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자,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된 뒤 논의를 재개하자고 합의하며 백기를 들었다. 

정부의 대비책도 마땅치 않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을 열고 “(재계약 하지 않는 방식의 투쟁) 가능성도 사전에 검토한 바 있다”면서도 “그분들(전공의)이 자기 진로를 통으로 바꿔가면서까지 극한의 투쟁을 하지 않도록 대화와 설득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원의들이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기자회견을 연다. 오는 15일 전국 궐기대회를 앞두고 첫 공개 자리를 가지는 만큼 향후 투쟁 계획 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설 연휴가 끝나면 총파업 절차 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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