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실적 ‘비은행’서 갈렸는데…하나·우리 M&A ‘시급’

‘리딩그룹’ KB금융 성공비결 ‘비은행’ 성장
하나·우리 지나친 은행 의존…‘미달’ 성적표
하나·우리금융 올해 M&A도 ‘쉽지 않아’

기사승인 2024-02-16 11: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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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실적 ‘비은행’서 갈렸는데…하나·우리 M&A  ‘시급’
쿠키뉴스DB.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의 지난해 실적이 발표됐다. KB와 신한의 격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차이는 2022년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금융업계에서는 실적 격차의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비금융 계열사의 성패와 유무에 갈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비금융계열사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행보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두 금융지주가 관심을 가질만한 증권, 보험사 매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올해도 제대로 된 M&A 성과를 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딩그룹’ KB금융 성공은 ‘비은행’ 성장…신한·하나·우리 ‘미달’ 성적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4조9682억원으로 전년(15조5309억원) 대비 3.6%(5627억원) 감소했다.

실적을 순서대로 보면 KB금융(4조6319억원)이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실적 증가에 성공하며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을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4조3680억원, 하나금융은 3조4516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4%, 3.3% 순익이 줄었다. 우리금융의 경우 순이익이 전년대비 19.9% 빠진 2조5167억원에 머물면서 가장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 금융지주들의 실적은 비은행 부문에서 성패가 갈렸다. 리딩금융을 차지한 KB금융은 지난해 유일하게 비금융 부문이 전체적으로 성장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KB금융 순이익 비중을 보면 은행이 66%, 비은행이 34%를 차지했는데 △KB증권(3896억원, 107.5%) △KB라이프(2562억원, 88.7%) △KB손해보험(7529억원, 35.1%)이 실적 향상을 이뤄냈다.

신한금융의 경우 비은행 부문 수익이 35%를 차지했다. 이 중 생보사인 신한라이프(4724억원, 5.1%)와 신한캐피탈(3040억원, 0.2%)의 실적이 상승했지만 비은행 계열사인 신한카드(6206억원, -3.2%)와 신한투자증권(1009억원, -75.5%)의 실적이 감소하면서 리딩금융 자리를 내주게 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비금융계열사의 실적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은행이 ‘리딩뱅크’의 성적표를 거뒀음에도 비은행 기여도가 5.5%에 머물며 3위 자리에 머물렀다. 하나증권은 27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하나캐피탈(2166억원, -27.4%)과 하나카드(1710억원, -10.9%)는 실적이 하락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계열사의 실적비중이 1%대에 불과할 만큼 우리은행의 의존도가 높다. 더욱이 우리은행의 실적이 시중은행 중 가장 크게 떨어진 만큼 전체 그룹의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의 비금융계열사 실적을 보면 △우리카드(1120억원, -45.3%) △우리금융캐피탈(1280억원, -30.1%) △우리종금(-530억원) 모두 뒷걸음질쳤다.

지주사 실적 ‘비은행’서 갈렸는데…하나·우리 M&A  ‘시급’
각사 제공.

비은행계열사 부족한 하나·우리금융…올해 M&A ‘만만치 않아’

KB금융 및 신한금융과 달리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지나친 은행 의존도가 지난해 실적 성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나마 하나금융의 경우 중견 규모 이상의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생명·손해보험사의 규모가 작아 그룹사 내 유의미한 실적 기여를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증권사를 비롯해 생·손보사 모두 갖고 있지 않다.

이에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에서는 각각 부족한 비은행계열사 확충을 위해 올해도 M&A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먼저 하나금융은 보험사 확충을 위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규모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아 보험사 포트폴리오 확장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전에 참전하기도 했지만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인수를 최종 포기하기도 했다. 다만 하나금융은 비은행 매물이 있다면 언제든지 M&A를 검토할 것이란 입장은 견지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증권사 확충에 사활을 다하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준비해왔지만, 높은 몸값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적정 매물을 찾지 못해 한 해를 넘겼다. 

올해 들어 우리금융은 소형 증권사인 포스증권을 인수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부사장은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증권업 진출을 위해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잠재 매물은 검토 가능한 대상”이라며 “최근에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증권(포스증권)도 검토 가능 대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원하는 M&A 대상을 찾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이 찾고 있는 보험사의 경우 매물로 나온 회사들의 자본건전성이 긍정적이지 않을 뿐더러,  IFRS17(신회계제도) 도입으로 인한 변동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 공식적으로 나온 매물인 MG손보와 KDB생명의 경우 지급여력비율(K-ICS)이 각각 64.5%, 134.1%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못 미칠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하다.

우리금융은 보험사보다 증권사 매물에 관심을 더 두고있지만, 인수 경쟁사들이 많다는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당장 증권사 M&A를 천명한 금융사만 하더라도 △BNK금융 △Sh수협은행 △OK금융그룹 3곳이나 있다. 또한 꾸준히 매물이 언급되는 보험사와 달리 증권사는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는 이야기도 없어 우리금융의 고심을 깊게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PF리스크, 보험사는 IFRS17 영향으로 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문제가 있어서 전반적으로 적정한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올해 상반기 M&A 시장의 모습”이라면서도 “어찌됐건 금융그룹들의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위해서 비은행 강화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인수 대상을 찾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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