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책무구조도’ 법안에 순응하지만…‘선제배상’은 절레절레

금융당국, 지배구조법 개정안 입법예고·규정변경예고 실시
책무구조도 도입 “연이은 금융사고에 도입 반대 명분 없어”
선제배상 촉구에 금융사 ‘난감’…“판매사 스스로 배임 자인하는 것”

기사승인 2024-02-17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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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책무구조도’ 법안에 순응하지만…‘선제배상’은 절레절레
각사 제공.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내부통제’ 강화 핵심 방안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책무구조도)’ 개정안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내부통제 책임을 사안에 따라 CEO에게까지 묻겠다는 강력한 법안이지만, 의외로 금융사들은 순응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이 ELS사태를 두고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서라고 촉구하라고 나서자 이것만큼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및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는 오는 7월3일 이전까지 각사별 책무구조도를 마련해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금융사 임원에게 담당업무에 따른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보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금융사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의 책무구조도 도입 발표 이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책무구조도 작성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 중이고 외부 컨설팅 업체의 자문도 끝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7월 책무구조도의 선제적 도입을 공식화한 데 이어 KB금융과 우리·하나금융도 조기 도입을 추진하는 등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개정안 시행 이후 법적 시한인 6개월보다 빠르게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하지만, 지난해 연속적으로 발생한 금융사고들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에 대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최근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이 전 금융업권에 다발적으로 발생한 만큼 금융사들이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기에 명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책무구조도’ 법안에 순응하지만…‘선제배상’은 절레절레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ELS 가입자들이 은행권의 불완전판매를 규탄하는 모습. 쿠키뉴스DB  

이처럼 책무구조도 도입에는 적극적인 금융사들이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주문하고 있는 ‘선제적 배상’에 대해서는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제적으로 자율배상할 경우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는 모습이 되고 향후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들에게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 관련 은행·증권사의 자율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소 50%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발적으로 일부 배상하면 소비자로서 일단 유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1차 검사를 진행하고 이달 2차 현장검사에 돌입했는데, 이르면 이달 말 검사 결과와 책임 분담 기준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분조위의 결정 후 자율조정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사 이후 완전판매로 확인되면 자율배상을 통해 지급된 손실액을 돌려받아야 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번 사태는 DLF와 달리 상품 자체의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 불완전판매를 건별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무구조도 도입과 달리 선제배상 건은 ELS와 관련된 어떤 금융사들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책임분담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배상안 논의가 진행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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