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급여 전환…‘중증화율 상승’ 우려

질병관리청, ‘백신·치료제 지원안’ 변경 예고
치료제는 상반기 중 건강보험 등재 예정
“가격 부담 낮춰 처방률 감소 막아야”

기사승인 2024-02-26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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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급여 전환…‘중증화율 상승’ 우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식 허가를 받은 화이자 제약의 팍스로비드. 현재 60세 이상 고령층,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게 무료로 지원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과 함께 치료제 유료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치료 지원이 축소될 경우 처방률이 떨어지고 중증화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2024년 질병관리청 주요 정책계획’을 발표하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질병청은 코로나19를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하되 겨울철 호흡기 감염 동시 유행을 고려해 위기단계 수준을 ‘경계’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선별진료소 폐지, 진단검사 유료화 등을 이어가며 일반의료체계 전환을 꾀했다.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지원안 개편도 논의된다. 나이 상관없이 신청자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던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60세 이상 고령층 중심으로 무료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고령층,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이 무료로 접종하던 치료제는 상반기 중 건강보험에 등재될 계획이다. 환자가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된 제품은 화이자 제약의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성분명 렘데시비르)로, 우선적으로 급여 적용을 받게 된다. 팍스로비드의 비급여 가격은 60만~70만원, 베클루리는 한 병당 47만~62만원에 달한다. 급여가 적용된다면 환자는 외래 기준 본인부담률 50%에 해당하는 30만원대에서 약을 처방 받는다. 

전문가들은 고가의 치료제가 유료로 전환될 경우 처방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는 고위험군 환자를 중심으로 무료로 지원돼 처방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면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제적 소득이 마땅치 않은 고령층이 부담하기엔 너무 높은 가격”이라며 “돈이 있는 사람만 약을 쓰라는 것과 같다”라고 짚었다. 또 “지난해 신속항원검사가 유료화 되면서 검사 자체를 받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검사비 2만~3만원에도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이미 중증에 이르러 입원하는 고령 환자가 증가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실제 고령층에선 치료제 유료화에 따른 부담을 토로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지난 1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먹는 치료제를 복용했다는 최정숙(64세·가명)씨는 “치료제 복용 후 근육통 등 부작용을 겪었다는 지인들이 적지 않아서 솔직히 처방을 받고 싶지 않았다”며 “30만원을 내면서까지 처방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웅(72세·가명)씨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증상이 나타나도 검사를 안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나가는 감기 수준의 증상 때문에 검사비를 내는 게 아까운 것”이라며 “치료제도 비싼 값을 내고 사야 한다면 대다수가 꺼릴 것”이라고 전했다.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거나 산정특례를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하자는 제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국가 재정을 고려하면 급여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먹는 치료제는 당장 외래에서 약제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본인부담 비율을 5~10% 정도에서 시작해 차츰 늘려가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도 먹는 치료제를 개발하며 성과를 보이는 기업들이 있다. 후발주자가 나타난다면 기존 약값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고민하면서 정책을 신중하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은 봄철 개학 이후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호흡기 감염병 유행 상황을 지켜보며 전문가 자문을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를 위해 관련 기관과 논의 중”이라며 “치료제 지원안의 변경은 정식 허가를 받은 치료제가 아니더라도 방역 상황에 따라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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