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40개 대학 모두 신청…삭발 등 논란 지속

기사승인 2024-03-06 18:34:48
- + 인쇄
‘의대 증원’ 40개 대학 모두 신청…삭발 등 논란 지속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의대생들의 반발 속에서도 의대를 둔 전국 40대 대학 모두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4일까지 각 대학에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 40개 대학에서 총 3401명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5일 브리핑을 갖고 “서울 소재 8개 대학 365명, 경기·인천 소재 5개 대학 565명으로 수도권 13개 대학은 총 930명, 비수도권 27개 대학은 2471명의 증원을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학별 확충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의대에서 증원 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원광대학교는 쿠키뉴스에 “의대생 정원을 기존 93명에서 2배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원광대는 앞서 지난해 11월 수요조사 때 57명 증원을 신청한 바 있다.

충북대는 기존 정원의 무려 5배 이상을 신청해 기존 49명에서 201명 늘어난 250명으로, 울산대는 기존 정원 40명의 4배에 가까운 150명으로 증원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건국대(충주·정원 40명)는 120명, 강원대(정원 49명)는 140명, 대구가톨릭대(정원 40명)는 80명, 동아대(정원 49명) 100명, 부산대(정원 125명) 25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이번달 말까지 증원 배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6일 교육부 한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배정위원회에서 의대 증원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0개 대학 부총장·의대학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되 각 대학의 수요와 교육역량, 소규모 의대의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필수 의료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의대 증원’ 40개 대학 모두 신청…삭발 등 논란 지속
지난 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NO 증원’ 호소‧삭발까지…갈등 지속

의대생들은 대학이 의대 증원을 신청하는 것을 꾸준히 반대해왔다. 동맹휴학과 성명서 발표 등 강력히 의견을 피력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의대생의 휴학 신청 5401건이 접수됐다. 이는 요건을 모두 갖춘 휴학 신청 건수로 전체 의대생 1만8793명의 약 28.7% 수준인 것이다. 또 8개교에서는 수업 거부가 확인됐다.

일부 의대생들은 대학이 교육부에 의대 증원 신청을 하기 전 반대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4일 SNS를 통해 각 학교 의대 및 의전원 학생들이 각 총장들에게 보낸 서신을 공유했다. 참여 대학은 △충남대 △부산대 △가톨릭관동대 △강원대 △아주대 △건양대 △차의학전문대학원 등 총 22곳이다.

의대생들은 신청 마감 전인 지난 1~3일 교육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증원 반대를 호소해왔다. 경북대 의대생들은 “현 정원의 2배 가까이 되는 학생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현재도 해부실습이나 병원 임상실습 현장에서 시설 및 기자재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주대 의대생들은 “현 40명인 아주의대 정원을 최소 100명 최대 15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꽉 채워도 최대 66명까지만 앉을 수 있는 강의실 자리 수, 12구 이상의 카데바를 배치할 수 없는 해부실습실 등 진정 교육의 질을 고려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 지적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의대생의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동국의대생들은 “추후 늘어난 증원을 감당할 수 있는 자대 병원 규모, 전공의 TO 등 장기적 측면에서 미래 문제까지 함께 고려돼야 하는 복합적 문제”라며 “증원이 정말로 필요한지 원점에서부터 재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톨릭관동의대 비대위는 “근본적 구조 개혁이 없는 증원은 의료전달체계를 더 왜곡시킬 것이고 환자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교수들도 의대 증원 반대 행동에 동참했다. 5일 류세민 강원대학교 의대 학장과 유윤종 의학과장은 의대 건물 앞에서 삭발을 했다. 학교 측이 정원 49명에서 91명을 더 늘리겠다고 신청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증원에 반발한 원광대학교 의대 교수 5명도 보직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의대 증원’ 40개 대학 모두 신청…삭발 등 논란 지속
‘의대 증원’ 40개 대학 모두 신청…삭발 등 논란 지속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