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잡아라” 대책에도…금사과 추석까지 이어질 듯

물가 상승률 끌어올린 과일값
귤 78.1%↑·사과 71%↑
비싼 사과 대신…귤 도매가격, 최고가 경신 중
“햇과일 출하 전까지는 가격 강세 지속”

기사승인 2024-03-08 14: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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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 잡아라” 대책에도…금사과 추석까지 이어질 듯
쿠키뉴스 자료사진

과일값 고공행진이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2%대로 내려왔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3%로 반등했다. 정부는 총력을 다해 물가를 잡겠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금(金)사과’, ‘금귤’은 이어질 전망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3.3%)과 12월(3.2%) 3%를 웃돌다가 지난 1월(2.8%) 2%대로 내려왔으나 다시 반등했다.

신선과실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신선과실은 전년 대비 41.2%나 올랐다.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품목별 상승폭은 △귤 78.1% △사과 71.0% △배 61.1% △딸기 23.3%로 집계됐다.

사과 가격은 1월달에도 56.8%가 오른데 이어 상승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상 기온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열매가 달리는 것) 수가 줄었다. 여름철 잦은 강우와 집중호우로 사과가 많이 떨어졌다. 수확기에는 탄저병, 겹무늬썩음병이 발생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했다.

귤값도 떨어질 줄 모른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제주 노지 감귤 5kg당 도매가격은 7일 기준 평균 2만84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감귤 도매가격은 조사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감귤도 사과와 마찬가지로 이상 기후로 수확량이 감소했다. 비싸진 사과, 배 대신 귤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 영향도 작용했다. 감귤출하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감귤 재배 면적 규모는 큰 차이가 없으나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3만톤 정도 현저히 줄었다”며 “집중호우로 ‘열과’(귤이 벌어짐)도 발생했고 한파나 우박 등으로 예상치보다도 수확량 감소폭이 컸다”고 말했다. 또 “사과, 배, 감 가격이 급등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귤로 수요가 몰린 영향도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먼저 식량정책실장이 주재하는 점검, 대책 회의를 매일 열고 농축산물 수급 동향과 가공식품 물가 상황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지원해 사과, 배 등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할 계획도 밝혔다. 또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오렌지·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수입과일 3종(만다린, 두리안, 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과일 가격이 소비자 체감 수준까지 떨어지려면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과와 배는 저장량이 부족해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햇과일 출하 시기는 보통 사과와 배가 각각 이르면 7월, 8월 정도다. 때문에 사과와 배 가격이 올해 추석 전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세로 기준 금리 인하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을 전망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낮은 내수 압력 등으로 추세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며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흐름은 매끄럽기보다는 울퉁불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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