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효과…‘순항’과 ‘착시’의 갈림길 [인물로 본 22대 총선①]

한동훈 효과 솔솔…실력자 이미지·대야 전투력·신선함 장점
국힘 잡음 없이 고인물 공천…컨벤션 효과 끝?
“외연 확장 실패시, 일종의 착시현상으로 끝날 것”

기사승인 2024-03-12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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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종’·‘대화 실종’ 첨예한 양당 정치의 병폐가 수년째 계속되며 양당제를 타파하고자 하는 정치 개혁 세력이 등장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성 정당의 부패를 비판하면서 이준석, 이낙연을 위시한 개혁신당, 새로운미래가 등장했다. 이어 조국을 앞세운 조국혁신당도 등 국민 앞에 선보이며 때아닌 ‘인물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인해 여야 위성정당들도 출현해 자매 정당임을 밝히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인요한 등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물을 통해 본 22대 총선 판도를 분석한다. (편집자 주)

한동훈 효과…‘순항’과 ‘착시’의 갈림길 [인물로 본 22대 총선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총선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한 위원장이 선거 지휘봉을 잡은 이후 여당엔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 공천 갈등 관리에 우위를 점했고, 지지율 상승까지 견인하면서 순항하고 있단 평가가 대체적이다. 다만 언제든 반감될 수 있는 한동훈 효과와 ‘외연확장의 딜레마’가 난제로 꼽힌다.

최근 복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고 있다. 한국갤럽의 2월 5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7%, 민주당은 31%로 집계됐다. NBS 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선 국민의힘 37%, 민주당은 29% 기록했다.

총선 분위기를 바꾼 결정적 배경으로는 ‘한동훈 효과’가 언급된다. 초반에는 △엘리트 검사 출신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 △최연소 법무부 장관 이력 등 화려한 배경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스타 장관 시절엔 여권의 ‘빅스피커’로서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한 장관의 정치적 체급은 지난해 12월 말 등판과 동시에 더욱 커졌다.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 패션 감각에 더해 파격적인 화법을 구사하면서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소설 속 “함께 가면 길이 된다”는 문장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취임 일성으로는 2차 세계대전 개전 초기 국민들의 항전 의지를 다졌던 처칠의 연설을 활용해 ‘운동권 세력’을 정조준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 위원장의 행보에 신선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여타 기성 정치인들을 압도하는 언변과 주목받는 의제를 던지는 정무 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한동훈 현상’이 크게 △젊고 검증된 실력자로서의 이미지 확보 △막강한 대야 전투력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된 신선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789세대(1970∼1990년대생) 중심의 파격 인사, 수평적 당내 문화 등에서 전임 지도부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사천 논란 당시 ‘당정 갈등의 허들’을 넘으며 보인 정치력과 공천 잡음 관리도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한동훈호(號)는 상대적으로 현역 의원의 컷오프를 최소화하면서, 민주당과 비교해 ‘조용한 공천’이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밀실 공천, 비명계 의원 대거 탈당 등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한동훈 효과…‘순항’과 ‘착시’의 갈림길 [인물로 본 22대 총선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다만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현재 기세가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당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 한, 지지율 견인 등 최근 호재는 한 위원장 개인의 ‘독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흐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25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41.9%, 민주당 43.1%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보다 국민의힘은 4.8%p 꺾였고, 민주당은 4.0%p 오른 수치다. 

조용한 공천이 무조건적인 총선 승리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불출마나 경선 패배, 컷오프(공천 배제) 등을 이유로 물갈이된 현역 의원은 37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4명의 32%다. 4년 전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현역 교체율(4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3선 이상 중진 의원 교체율은 16%에 그쳤다. 당 안팎에서 ‘친윤(친윤석열)’과 ‘현역’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위원장이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개혁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컨벤션 효과’를 끌어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젠 공천이 끝나간다. 중도층 민심을 얻지 못하는 한, 한동훈 효과는 일종의 착시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4.4%다. 리얼미터 정당 지지도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3.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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