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땅 갈라지는 원리 DNA에 적용했더니" KAIST, 유전자 제어 신기술

DNA 크랙 유도, 기능성 소재 채우는 패터닝 기술 개발

입력 2024-03-29 09: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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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유지를 위해 코끼리 피부가 갈라지거나, 빗물을 더 많이 흡수하기 위해 가뭄 때 땅이 갈라지는 현상을 DNA에 적용, 원하는 유전자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화제다.

KAIST는 화학과 윤동기 교수팀과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팀이 미국 코넬대 화학공학과 박순모 박사팀과 공동연구로 DNA 박막의 탈수 현상을 유도해 미세구조 균열을 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DNA 박막 위 균열 형성 및 제어 메커니즘 모식도. KAIST

이렇게 형성된 균열 구조 안에 친환경 온열소재, 적외선 발광체 등을 넣으면 기능성 바이오소재 제작 등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DNA 이중나선구조는 사슬과 사슬 사이 2~4 나노미터 주기로 규칙적인 모양을 띄고 있어 일반적 합성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렵다.

이 구조를 변경하기 위해 DNA를 빌딩블록으로 사용해 정밀 합성하거나 종이접기 하듯 접는 기술이 있지만 매우 복잡한 설계과정이 필요하고, 특히 염기서열이 조절된 값비싼 DNA를 이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일반 화장용 붓으로 연어에서 추출한 DNA를 물감처럼 사용해 그림 그리듯 정렬시키고, 3D프린터로 지름 2나노미터 DNA 분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배치해 얇은 막을 만들었다. 

이어 연구팀은 테트라하이드로퓨란 같은 끓는점이 낮은 유기용매를 떨어뜨려 DNA의 수분을 빼앗은 뒤 크랙이 형성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때 물은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DNA 사슬 옆면이 사슬 끝부분보다 더 많은 수축이 일어나면서 크랙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DNA 사슬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해 크랙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DNA 미세 균열구조 형성 및 제어 기술은 생체친화소재인 DNA로 이뤄진 수십-수백 나노미터 박막에 사슬방향으로 생긴 크랙에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채워 넣는 공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코팅 및 프린팅 기법에 따른 박막 내 DNA 배향과 탈수 반응 후 박막 위 균열 형태. KAIST

예를 들어 온열, 적외선발광, 피부케어, 탈모 등 생체친화적 패턴을 바탕으로 기능성을 부여해 다양한 바이오 소재 및 헬스케어에 활용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DNA 필름의 수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DNA의 배열 패턴 사이의 관계를 고체역학 이론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으로 명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했다”며 “DNA 필름을 넘어 다양한 이방성 소재에서 균열 제어와 패터닝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이소은 석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3월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덕특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