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현실정치 관여 안 한다더니…공염불 된 ‘잊힌 삶’

과거 “퇴임 후 현실정치 관여 않고 보통 시민으로 살 것”
총선 앞두고 민주당 후보 지지, 尹정부 작심 비판
與 “역대 퇴임 대통령, 이런 적 한번도 없어…대단히 부적절한 행동”

기사승인 2024-04-02 15: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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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현실정치 관여 안 한다더니…공염불 된 ‘잊힌 삶’
문재인 전 대통령이 6일 총선·보선 출정식의 일환으로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경남지역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다.”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힌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 (2022년 3월30일,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
“퇴임 후 현실정치 관여 않고 보통 시민으로 살겠다.” (2022년 4월20일, 청와대 오찬)

퇴임 후 현실 정치와 담을 쌓겠다고 약속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소망이 공염불이 됐다. 4·10 총선을 앞두고 선거 한복판에 뛰어들어 야권의 ‘빅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만나 지지를 보내거나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싣는 등 사실상 총선 등판에 나선 모양새다.

문 전 대통령은 2일 오전 울산 동구 보성학교 전시관을 찾아 이 지역 김태선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김 후보는 SNS(사진)에 “‘달님’(문 전 대통령) 옵니다, 붑니다 바람”이라며 문 전 대통령의 지역 방문을 홍보했다. 이날 오후에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 오상택 울산 중구 후보, 전은수 울산 남구갑 후보의 지원유세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1일)에도 민주당 당색인 파란색 점퍼 차림으로 ‘낙동강 벨트’인 부산 사상구와 경남 양산을 찾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함께 지역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70 평생에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며 “이번에 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우리 야당들이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둬서 이 정부가 정신 차리도록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文, 현실정치 관여 안 한다더니…공염불 된 ‘잊힌 삶’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 포스터. 엠프로젝트 제공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힌 삶’을  약속해왔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피력해왔다. 지난해 5월엔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를 통해 “5년간 이룬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국민이 대한민국이 함께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등 윤석열 정부를 작심 비판해왔다.

여권에서는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석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 부실장은 지난 2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퇴임 이후 잊히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 말씀과는 정반대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역대 퇴임 대통령이 개별 후보를 직접 찾아가서 선거운동을 지원한 것이 한 번도 없다”면서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통합을 가장 중요시 여겨야 될 위치인데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도 “문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선거 한복판에 뛰어든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직격했다. 부산 수영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윤석열계 장예찬 후보 역시 이날 BBS 라디오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 후유증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문 전 대통령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정치권에 개입하는 발언을 할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해야 된다”고 비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