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피프티 사태? 하이브·민희진 갈등에 가요계도 우려

기사승인 2024-04-23 10: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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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피프티 사태? 하이브·민희진 갈등에 가요계도 우려
하이브 사옥. 사진=임형택 기자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그룹 뉴진스와 아일릿을 향한 우려 시선이 제기된다.

사태는 22일 하이브가 어도어를 향한 감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발발했다. 하이브는 이날 오전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A씨 등 경영진 사무실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하고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섰다.

“경영권 탈취 시도” VS “아일릿이 뉴진스 베껴” 

하이브가 문제 삼은 건 경영권 탈취 시도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소속 그룹 뉴진스와 함께 하이브에서 독립하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내 핵심 정보 및 사업·인사상 기밀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게 하이브의 주장이다. 외부에 매각 구조를 검토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에게 감사 질의서를 보내고 민 대표에겐 사임을 요구한 상태다. 질의서 내에는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를 향한 부정여론 형성 작업과 아티스트 가족 회유 작업이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 질의서 답변 시한은 23일로, 이들이 요구에 불응할 경우 하이브는 법적 조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일이 세간에 알려지자 어도어 측은 하이브가 아일릿을 데뷔시키는 과정에서 뉴진스를 따라 했다는 내용의 입장을 보냈다. 이들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한 것을 언급하며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닌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어도어는 하이브 및 빌리프랩에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가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않고 해임 절차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냐”고 했다.

또 피프티 사태? 하이브·민희진 갈등에 가요계도 우려
그룹 뉴진스. 사진=임형택 기자
또 피프티 사태? 하이브·민희진 갈등에 가요계도 우려
그룹 아일릿. 빌리프랩

“뉴진스·아일릿은 무슨 죄” 두 그룹에 쏠리는 우려

하이브와 어도어 양측이 전면전을 선포하며 아일릿과 뉴진스에 우려 시선이 쏠린다. 앞서 어도어가 낸 입장문에서 아일릿을 뉴진스의 아류처럼 표현한 것을 두고 타 아티스트를 향한 배려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도어의 입장문이 나온 뒤 X(옛 트위터)에 올라온 “그룹 이름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거론하고 아류 같은 말을 서슴없이 하는 건 사실 여부를 떠나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폭력 아니냐”(@abso***********)는 글은 8900회 이상 재게시되며 많은 이에게 공감을 얻었다.

오는 5월 컴백을 앞뒀던 뉴진스에게도 먹구름이 끼었다. 뉴진스는 지난해 7월 미니 2집 ‘겟 업’을 발매한 이후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았다. 데뷔 후 최장기간 공백을 갖던 이들은 오는 5월 한국에서 싱글 앨범을 내고 6월엔 일본 데뷔를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속사 어도어와 모기업 하이브의 갈등으로 이들의 노력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진다.

또 피프티 사태? 하이브·민희진 갈등에 가요계도 우려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하이브

제2의 피프티피프티 사태? 가요계 반응은

지난해 프로듀서가 기획사로부터 그룹을 탈취하려 했던, 이른바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벌어졌던 만큼 뉴진스의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당시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은 음반 프로듀싱을 담당하던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에게 회유돼 소속사 어트랙트와 갈등을 벌였다. 당시 멤버들과 가족들 모두 안성일 대표와 손을 잡았으나 멤버 키나가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에게로 돌아가며 사태는 새 국면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민희진 대표를 안성일 대표에 빗대며 두 사태를 유사하게 보고 있다.

민희진 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3일 오전 일간스포츠와 나눈 인터뷰에서 “피프티피프티 사건이 선례로 남은 만큼 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자신이 가진 지분 18%로는 경영권 탈취가 불가능하다며 “이를 도모했다는 하이브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하이브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어도어 내부 문건에서 ‘하이브 안에서 우리를 못 건드리게 하고’,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등 경영권 독립을 우회 언급하는 내용을 확인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두 회사 사이 갈등을 두고 레이블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반응도 있다. 뉴진스의 향후 활동에 피해가 갈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 역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두 회사 사이 갈등설은 지난해부터 들려왔다”고 귀띔하며 “피프티피프티가 중요한 시기에 그룹 활동이 위축됐던 만큼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아직 어린 뉴진스 멤버들이 어른들의 다툼에 혼란을 느낄까 걱정된다”면서 “비슷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는 일련의 상황들이 K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