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밀원숲’에 배고픈 꿀벌들…‘꿀벌목장제’ 해답 될까 [꿀 없는 꿀벌]

기사승인 2024-04-24 19: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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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밀원숲’에 배고픈 꿀벌들…‘꿀벌목장제’ 해답 될까 [꿀 없는 꿀벌]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밀원 부족 해결을 위한 꿀벌목장 제도화’ 토론회가 개최됐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꿀벌 실종 사태를 막으려면 ‘밀원식물’ 면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 산림 면적의 66% 가량이 사유림인 상황에서 산주들의 자발적 조림을 유도하기 위한 대안으로 ‘꿀벌목장제’가 부상하고 있다.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밀원 부족 해결을 위한 꿀벌목장 제도화’ 토론회가 개최됐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했다. 토론회는 쿠키뉴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은 “사유림 산주의 참여 없이 국유림만으로는 부족한 밀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며 “산주에게 애국심이나 꿀벌 중요성을 이유로 밀원수 식재를 기대하는 것은 복지부동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밀원 면적은 14만6000ha에 불과하다. 전체 밀원 면적이 1970~1980년대(47만8000ha) 대비 급감한 것이다. 줄어든 면적은 여의도 크기(290ha)의 1145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산불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매년 소실되는 산림 면적을 고려하면 그보다도 더 많은 밀원 면적을 최대한 빠른 기간 안에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66%가 사유림이라는 점이다. 필요한 밀원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국유림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요원하다. 이를 위해 ‘꿀벌목장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꿀벌목장제란 산주가 방치되고 있는 산림에 다양한 종류의 밀원식물을 심어 꽃꿀과 화분 생산기반을 조성하면, 양봉인은 임대료를 지급하고 꿀벌목장을 임차하는 것이 골자다. 산주가 인위적으로 밀원수를 식재한 10년 이내로 경제적 이익(임대, 자가양봉)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라지는 ‘밀원숲’에 배고픈 꿀벌들…‘꿀벌목장제’ 해답 될까 [꿀 없는 꿀벌]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이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밀원 부족 해결을 위한 꿀벌목장 제도화’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해당 제도를 제안한 송 이사장은 꿀벌목장제가 산주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으로는 △꿀벌목장의 요건 법문화 △꿀벌목장의 등기 및 관리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송 이사장은 “사유림 산주를 움직이기 위해선 조문을 신설해 ‘꿀벌목장’을 양봉법상 제도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꿀벌목장 간 사육 가능한 봉군 수 제한 등 권역 중첩에 따른 분쟁을 조정하는 절차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꿀벌목장의 조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벌목 면적 규제 폐지, 식재·식비·잡목제거 같은 보조조림 비용 지원, 양봉인의 꿀벌목장 확보 지원 등이다. 송 이사장은 “임야에서 수종을 교체하려면 벌목이 선행돼야 하는데 식재한 나무가 꽃꿀을 분비하는 개화에 이르기 위해선 10년이 소요된다”며 “꿀벌목장에 한해 연간 벌목 상한선 15ha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밀원수 조성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만큼, 초기 5~6년 동안 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양봉인들에게도 국공유림에 대한 임대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을 저렴하게 책정해 꿀벌목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꿀벌목장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산주들이 모인 한국산림경영인협회의 서경석 강원도 지회장은 “숲을 가꾼지 50년이 됐는데, 아직까지 수입이 없다”면서 “밀원수 조림을 유도하는 꿀벌목장제는 산주들이 적은 투자로 단기간에 소득을 볼 수 있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찬성 산촌활성화 종합지원센터 대표도 “꿀벌목장제는 매우 반가운 시도”라며 “우리나라 220만 산주들의 새로운 수익사업 모델 발굴과 산지 이용의 다양화를 통한 국토 기간 자원의 효율적 활용의 계기를 마련하는 제도적 출발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도 밀원 면적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며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농촌진흥청을 주관으로 산림청, 검역본부, 환경부, 기상청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기상이변 대응 새로운 밀원수종 개발로 꿀벌 보호 및 생태계 보전’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꿀벌 보호와 새로운 밀원숲 확대를 통한 화분 매개 생태계 서비스 강화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를 목표로 한다.

이연섭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밀원 면적은 과거 대비 크게 감소한 반면 봉군 수는 급증했다”며 “화분매개 등 경제적 가치가 큰 꿀벌의 사육환경 개선 등을 위해 밀원 면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장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연구를 기반으로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아직까지 양봉과 관련된 국가 통계는 농식품부의 기타가축 통계 뿐이다. 꿀벌 폐사나 봉군 기준이 모호해 통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용권 산림청 산림자원과장은 “밀원수종을 심도록 유도할 때 ‘누구를 위한 조림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한다. 땅을 조림하는 주체인 임업인과 이용자인 양봉생산자가 달라 괴리가 발생하는 구조가 해결될 때 공정하고 적극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개선할 점을 찾아보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양벌꿀의 안전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김혜정 식약처 식품기준과 보건연구관은 “사양벌꿀도 천연벌꿀과 마찬가지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기준규격에 맞지 않는 벌꿀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한 식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원재료부터 가공 시설, 제조 방법 등을 관리해야 하는 것처럼 양질의 사양벌꿀 생산을 위해서는 양봉 방법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은희 쿠키뉴스 기자는 “꿀벌의 생사는 우리 인간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한다. 작게는 식량 위기, 크게는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의 보전과 직결된다는 의미”라며 “꿀벌들의 밥줄인 밀원수 조성은 꿀벌 실종 사태를 막을 궁극적인 방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최은희, 김은빈 기자 jo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