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캐나다 의료시스템을 모두 경험해본 캐나다 병원 교수가 한국의 의료시스템 문제점을 지적했다. 캐나다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 1위는 의사라며 의료계의 철저한 자정활동도 강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30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김태경 토론토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캐나다와 한국 의료를 비교하며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국내 전공의 80시간 근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캐나다에선 전공의들이 병원 진료 필수인력이 아니다. 당직은 있지만 당직 후엔 다음날 낮에 근무하지 않는다. 전공의 급여 전액을 캐나다 정부가 지원하며, 인턴 과정 없이 전공의 수련을 받는다. 전공의 간 연차가 달라도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가 유지되며, 전공의와 교수 간에도 상호 평가가 이뤄진다. 이 같은 대우로 한국에서 대표적 기피과로 꼽히는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의 전공의는 캐나다에선 미달 없이 채워진다.
김 교수는 “한국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선 의료사고 보험이 의무화돼야 한다. 한국 의사들은 위험하게 의사 생활을 한다”며 “캐나다는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의사가 비영리 의료사고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주 정부가 가입비의 80%를 돌려준다”고 말했다. 한국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의사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한국 사람들이 감기만 걸려도 병원에 가는 의료 이용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캐나다 사람들은 감기가 들어도 병원에 가지 않는데, 한국은 감기로 병원을 간다고 한다. 사실인가”라며 “캐나다의 급성심근경색증 입원 후 30일 내 사망률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데 이는 위중한 질환을 우선적으로 봐야한다는 국민적 합의 덕분이다”라고 강조했다. 감기 치료에 소요되는 예산을 줄여서 심근경색 등 응급·중증질환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비판이 많은 데 대해선 의사집단의 철저한 자정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은 ‘의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 많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의사집단의 철저한 자정활동이 밑거름이 됐다. 투명한 수입 총액 공개도 의사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다. 캐나다에선 병원 청구서 발부 내역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또 환자는 자신의 의무기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성실하게 의무기록을 작성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캐나다에서 의사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의사집단이 투명성, 개방성, 자정활동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사직 전공의들을 향해선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 의료를 유지하고 더 발전시키면서 다음 세대에 넘겨줄 수 있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