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에 위축된 ELS, 증권사는 ELB 상품에 ‘주목’

ELB 발행, 전년 동기比 27% 증가…ELS는 55%↓
증권사, ELB 상품 ‘집중’…‘원금보존’ 인기몰이
“ELB 발행 확대, ELS 수요 감소 대응 가능해”

기사승인 2024-05-05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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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에 위축된 ELS, 증권사는 ELB 상품에 ‘주목’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최근 증권사들이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 판매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올해 초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ELS 발행 시장이 위축되자, 원금 보장이 약속된 ELB에 투자자 시선이 쏠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증권사가 ELB 발행확대를 통해 ELS 수요 감소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발행된 ELB(공모·사모) 규모는 5조46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발행종목도 공모 954개 사모 63개로 전년 동기(공모 593개, 사모71개) 대비 크게 늘었다.

ELB는 ELS처럼 특정 지수나 종목의 주가에 연계돼 수익률이 정해지는 채권형 상품이다.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 지수가 하락하지 않을 경우 미리 약전된 이자를 지급받는다. 투자자는 중도 상환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원금이 손실되지 않는다. 다만 원리금 지급형 상품으로 분류되나 예금자보호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ELB 상품이 올해 들어 각광받는 이유는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으로 해석된다. ELS 시장은 이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관련 시장도 모멘텀을 상실한 상태다. ELS 발행규모는 연초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5조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ELS 사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돌파구로 ELB 판매에 집중하는 추세다. 통상 ELS는 펀드 투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마다 대안 방안으로 부상해왔다. 일례로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이 크게 발생했을 당시에도 ELB는 안정적인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키움 제648회 ELB를 판매했다. 만기는 1년으로 세전 5%의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해당 특판 ELB는 만기 3개월 상품이 1.49대 1, 만기 6개월 상품이 3.25대 1, 만기 1년 상품이 8.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완판됐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은 똑같은 조건의 ELB 판매를 개시했다. 키움 제653회 ELB는 만기 3개월에 세전 연 4.4%를, 키움 제654회 ELB는 만기 6개월에 세전 연 4.6%의 수익을 지급한다. 종목별 모집한도는 각각 50억원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3일 “(최근 진행한) 특판 ELB는 만기가 되기 전 투자자요청에 의한 중도상환시에도 원금손실 없이 세전 연 3%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특히 인기가 높다”면서 “만기 1년 이하 특판 ELB를 시장 인기상품인 발행어음의 대항마로 삼아, 꾸준히 높은 금리로 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26일까지 네이버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월지급식 수익 추구 원금지급형 ELB 상품을 공모했다. 만기는 3년으로 월수익평가일에 기초자산의 평가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85% 이상이면 세전 월 0.5%(연 6.0%) 수익을 지급한다. 월수익평가일에 최초기준가격의 85% 미만이면 월수익을 지급하지 않는다.
 
아울러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부여되는 상품이다. 자동조기상환평가일에 기초자산의 종가가 102% 이상이면 원금을 지급하고 조기상환된다. 또한 만기평가일에 기초자산의 만기평가가격이 102% 미만시에도 원금이 지급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일까지 공모주 청약 기념 특판 ELB를 판매했다. 기초자산은 현대차 보통주로 구성됐다. 수익률은 세전 기준 연 4.5%로 3개월 만기 원금지급형 상품이다. 지난달에는 봄맞이 중개형 ISA 벚꽃 세전 연 7% 특판 ELB를 매주 300억원씩 3주간 총 900억원 규모로 모집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증권사들의 ELB 판매 및 발행 확대 행보가 줄어드는 ELS 수요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월 보고서에서 “ELB는 투자원금의 대부분을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일부 원금을 파생상품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ELS와 달리 헤지손실 발생 위험은 제한적”이라며 “증권사는 ELB 발행 확대를 통해 ELS 수요 감소에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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