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이익 13조원 벌었지만...금리인하 수용은 ‘깜깜이’

5대 금융, 1분기 이자이익 12조5911억원
기준금리 인하 지연…이자이익 당분간 ‘맑음’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 갈수록 떨어져
은행 내부 기준 따라 수용·거절

기사승인 2024-05-06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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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이익 13조원 벌었지만...금리인하 수용은 ‘깜깜이’
광화문 ATM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5대 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 이자이익으로 13조원 가까이 거둬들였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수용·거절 사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불러오고 있다. 

1분기 이자이익으로만 12조 넘게 번 5대 금융지주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금융지주의 지난 1분기 이자이익 합산액은 12조5911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11조8213억원) 대비 6.5% 증가했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이 가장 많았다. KB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3조151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8239억원) 보다 11.6% 증가했다. 신한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2조815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4% 올랐다. 하나금융은 2조2206억원으로 2.1%, 농협금융은 2조2049억원으로 8.6%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1분기 이자이익이 2조1980억원으로 유일하게 전년 대비 0.9% 감소했다.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대부분 은행에서 나왔다.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의 이자이익이 2조18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뒤이어 국민은행(2조5529억원, 8.8%↑)과 농협은행(1조9829억원, 6.9%↑)도 이자이익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하나은행 (1조9688억원, 1.6%↓)과 우리은행(1조8750억원, 0.9%↓)은 이자이익이 감소했다.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 40%대→30%대로

이자이익은 불어나는데 은행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어느정도 될까. 2019년 법제화된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 소비자가 취직, 승진, 소득 증가 등을 근거로 금리를 낮춰 달라고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5대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평균 수용률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2022년 상반기 41.3% △2022년 하반기 40.8% △2023년 상반기 35.1% △2023년 하반기 32.28%로 집계됐다.

지난해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이 가장 낮은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2023년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농협은행 56.41% △우리은행 36.5% △국민은행 28.9% △신한은행 28.3% △하나은행 21.08% 순 이었다.

기업대출에 대한 금리인하 수용률이 가장 낮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지난해 기업대출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하나은행 66% △우리은행 56.3% △농협은행 44.14% △국민은행 42.6% △신한은행 37% 순으로 나타났다.

자체기준 내세운 깜깜이 심사…“공통 기준 만들어야”

수용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뿐만 아니다. 소비자가 금리인하 요구를 했을 때 수용·거절 사유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도 개선책을 내놨다. 심사결과 불수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용도 개선 경미’ 사유를 ‘신용등급 변동 없음’, ‘금리인하가 가능할 정도로 금융사 내부 신용등급이 상승하지 않음’ 등으로 세분화해 안내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3일 “근본적 문제는 모든 은행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량화된 스코어링 시스템이 아닌, 은행별로 각자 다른 자체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승진해 연봉이 오른 직장인이 금리인하 요구를 해도, 어떤 은행은 수용이 되고 어떤 은행은 거절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결과가 예측가능하지 않고, 신청해도 10명 중 3명만 수용되는 상황이니 소비자들도 금리인하 요구권을 외면하는 상황”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인하 신청자가 많아지고 이자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통적 외부 기준을 굳이 만들려 하지 않는다. 더 많은 소비자가 금리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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