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은 있지만 급발진은 없다?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4-06-12 06: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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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은 있지만 급발진은 없다? [기자수첩]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는 주기적으로 리콜을 시행하고 있다. 리콜 사유를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결함부터 통합 충전 제어 장치(ICCU) 에러 등 사유가 다양하다. 정교한 설계를 거쳐 생산된 자동차에 발생한 작은 결함은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리콜을 시행할 만큼 중대하다. 

자동차의 결함은 운전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까지 위협할 수 있다.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하는 것처럼 제조사가 내구성 부족을 인정하며 시정조치에 돌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제조사가 리콜과 관련해 자동차의 결함을 인정하고 신속한 조치를 약속하는 이유다. 운전자는 리콜 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제조사에 항의하지 않는다. 기계는 결함이 존재할 수 있다는 통념 때문이 아닐까. 자동차가 완전무결하다는 전제가 성립될 수 없음은 리콜 시행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 전제가 ‘급발진’에 한해서는 다르다.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결함은 인정하지만, 급발진에 한해서는 100% 가까이 운전자의 잘못이라고 한다. 지난 14년간 국내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는 791건에 달하지만, 인정된 사례가 0건이다. 

기자는 급발진 의심 사고 여부를 판단한 뒤 운전자의 오조작을 주장하는 국과수와 제조사에 “급발진에 한해서는 자동차는 완전무결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대답이 돌아왔다. 

“0.001%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입증이 쉽진 않겠죠.”

오늘날 자동차는 ‘전동화’ 그 자체다. 버전에 따라 자율주행이 가능한 AI 집약체로 알고리즘 덩어리다. 자동화된 시스템을 이용해 자동차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설계됐는지, 내부에서 어떤 오류가 발생하는지 운전자 개인이 알 리가 만무하다. 소프트웨어 오류는 있지만 급발진은 입증해야 한다는 현실. 리콜 차량은 있지만 급발진 차량은 없다는 현실. 선택적 완전무결함이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