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공사비 반영해야”…분양가 줄인상 가능성↑

기사승인 2024-06-14 1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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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 공사비 반영해야”…분양가 줄인상 가능성↑
지난해 10월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쌍용건설 직원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 쌍용건설 

최근 건설 자잿값 인상으로 인해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 증액에 반영해야 한다는 판결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업계의 공사비 증액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민간 공사 계약에서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 증액에 반영하지 않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난 4월 판결했다.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은 시공사가 착공 후 물가 변동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특약이다. 건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공사비 문제로 인해 공사비 인상 분쟁이 잦은 상황이다.

앞서 부산고등법원 재판부는 부산의 한 교회가 시공사에 제기한 선급금 반환 청구에 대해 “시공사의 귀책 사유 없이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어지는 사이 철근 가격이 두 배가량 상승했는데 이를 도급 금액에 전혀 반영할 수 없다면 수급인(시공사)에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특약을 무효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부산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법원이 인용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따르면 “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특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계약 체결 이후 설계 변경과 경제 상황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변경에 대해 상대방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을 ‘불공정 거래’로 본 것. 국토교통부 역시 같은 법률에 따라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현재 업계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요구했으나 KT는 지난달 10일 공사비를 모두 지급했다며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쌍용건설은 경기 성남 KT 본사 앞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3월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재개발 조합에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322억9900만원의 공사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진행한 공사비 검증은 총 11건으로 집계됐다. 공사비 검증 건수는 지난 2020년 13건 이후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 등 3년 새 2.3배로 확대됐다. 올해도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어 지난해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유사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호황기를 맞아 건설사들이 많은 물량 수주에 나섰으나 이후 급등한 공사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해당 판결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공사비 분쟁 소송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당 판결과 완벽하게 맞는 사례는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내부적으로도 소송 준비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대법원판결이 확립된 판례로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도 해당 판결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건설사의 공사비 증액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사비를 물가변동률 만큼 인정을 하게 되면 원가가 올라가고 분양가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물가상승, 공사비 반영해야”…분양가 줄인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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