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분쟁·사업 중단…쌍용건설 ‘이중고’  

기사승인 2024-06-14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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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분쟁·사업 중단…쌍용건설 ‘이중고’   
쌍용건설 

쌍용건설이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9000억원 규모 영종도 리조트 개발 사업이 4년 넘게 멈춰있다.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쌍용건설이 두 곳에서 회수해야 할 공사비는 약 500억원이다. 

‘미단시티’ 4년 4개월째 제자리

1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미단시티 조성사업은 2020년 2월 이후로 4년 4개월째 중단됐다. 미단시티 조성사업은 인천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에 주거·휴양·위락을 겸한 복합레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7억3500만 달러(약 9000억원)다. 시공사는 쌍용건설이다.

사업은 중국 부동산 기업인 푸리그룹과 미국 카지노·호텔그룹인 시저스가 함께 추진했다. 시저스가 중도 이탈하면서 최근까지 푸리그룹이 단독 추진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푸리그룹이 쌍용건설에 공사비 납부를 미뤘다. 쌍용건설도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태다. 건물은 골조공사만 마친 채로 장기간 방치됐다. 공정률은 24.5%에 불과하다. 건물은 국토교통부 ‘공사 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명단에도 올랐다. 

공사가 재개될 진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카지노 사업 기한 연장을 불승인하면서다. 이번 조치로 푸리그룹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 RFKR(푸리그룹 한국법인)은 지난 12일 문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문체부는 “현재 심의 중으로 결과는 심의 후에나 알 수 있다”고만 답했다.

투자자를 새로 구하지 못하면 쌍용건설로선 공사비 회수가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밀린 공사비는 300억원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은 RFKR이 소유한 부동산 공매로 공사비를 회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시행자가 공사비 납부약속을 몇 차례 지키지 못했고 지자체로부터 신뢰를 상실해 사업 연장을 받지 못 했다”며 “중국 자본이 보유한 부동산이 있어 나중에 소송으로 회수할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권 유지 여부에 관해선 “시공권을 가지고 갈지 말지는 답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새로운 투자자를 구해서 공사를 빨리 재개하거나 밀린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이 아니라면 여러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KT 공사비 갈등 진행중…‘물가변동 배제 효력’ 무효 대법원 판결 

쌍용건설은 이밖에 KT와도 공사비로 다투고 있다.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을 지으면서 물가 인상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KT에 요구하는 공사비는 171억원이다. KT는 계약서상 ‘물가변동 특약배제’를 근거로 거절하고 있다.

KT는 “판교사옥 건설과정에서 건설사 요청에 따라 공사비를 조기에 지급했고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45억5000만원 증액과 공기연장 100일 요청을 수용했으며 이를 포함한 공사비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며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그간 논란을 해소하고 명확한 해결을 위해 법적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간공사 계약에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양측 분쟁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4월 부산 소재 교회가 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선급금 반환 청구에서 시공사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5항을 근거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쌍용건설도 이에 힘입어 반소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나 공공기관과도 연관된 이슈라서 그런 점을 반영한 판결이 아니었나 싶다. 긍정적으로 생각 한다”고 밝혔다.

쌍용건설은 2023년 기준 도급순위 28위 건설사다. 회사는 쌍용그룹 해체와 함께 워크아웃을 반복했다. 한동안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인 두바이 투자청(ICD) 소유였다가 2022년 국내 의류 OEM(주문자상표 부착) 기업인 글로벌세아에 인수됐다. 

쌍용건설은 새 주인을 맞고도 실적이 나아지지 않았다. 공시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1108억원, 450억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이 시기 정비사업 수주액도 2021년 1조5000억원, 2022년 1조원으로 줄더니 지난해는 0원으로 주저 앉았다. 

그러다 지난해 318억원 흑자로 깜짝 전환했다. 쌍용건설은 흑자전환 배경으로 “코로나 기간 증가했던 원가율이 국내 주택 및 건축 원가율 개선에 힘입어 크게 절감된 점과 해외 대형 건축현장 도급비 증액과 정산을 반영한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