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뇌전증 유발 유전자 단서 찾았다…맞춤형 치료 가능성

기사승인 2024-06-14 17: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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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뇌전증 유발 유전자 단서 찾았다…맞춤형 치료 가능성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김세희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최종락·이승태 교수팀이 한국인 뇌전증 유전적 소인의 단서를 찾았다고 14일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국내 연구팀이 한국인에서 뇌전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인의 뇌전증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김세희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최종락·이승태 교수팀은 한국인 뇌전증 유전적 소인의 단서를 찾았다고 14일 밝혔다.

뇌전증은 전 세계 인구의 1%에서 발생하는 신경 질환이다. 중추신경계의 감염이나 뇌 이상 발달, 뇌종양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SCN1A, SCN2A, GABRA1 등 유전자의 변이가 중추신경계의 발달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소아 뇌전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전성 뇌전증 연구가 서양인을 대상으로 이뤄져 한국인에서 뇌전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뇌전증 증상을 보이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957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진단용 엑솜 시퀀싱과 질환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패널 검사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 전체 수검자 중 32%인 310명에서 뇌전증 관련 유전자 이상이 나타났다. 경련을 일으키는 드라벳 증후군 환자는 SCN1A 유전자에서 이상을 보였다. 사지를 일시에 굽히거나 뻗는 동작을 반복하는 영아연축 환자는 STXBP1, SCN2A, CDKL5 유전자에서 이상이 나타났다. 영유아 뇌전증을 유발하는 KCNQ2 유전자와 CHD2, SLC2A1, PCDH19, MECP2, SCN8A, PRRT2 유전자 등에서도 이상이 확인했다.

유전자 이상이 확인된 뇌전증 환자 310명 중 145명(47%)은 SCN1A, STXBP1, SCN2A, KCNQ2 등 흔히 발견된 11가지 유전자 중 하나 이상의 유전자에서 이상 변이를 보였다. 또 전체 환자 957명 중 47명(5%)만 여러 번 반복되는 공통 변이를 보였고 환자 대부분은 희귀 변이를 보였다.

드라벳 증후군을 앓는 환자의 상당수는 SCN1A 단일 유전자에서만 이상을 나타냈고 진단율은 87%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심한 아동기 발작 간질을 유발하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와 영아연축 환자는 두 가지 이상 유전자에서 변이가 관찰됐으며 진단율은 각각 33%와 22%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선 나이에 따른 뇌전증 진단율도 규명됐다. 신생아에서 뇌전증 진단율은 43%로 가장 높았고, 2~5세 사이의 경우 20%로 뇌전증 진단율이 가장 낮았다.

유전자 원인이 확인된 환자 310명 중 111명(36%)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맞춤형 치료 계획 수립이 가능했다. 또한 일부 환자들에게는 과거 뇌전증 환자 치료 자료를 바탕으로 효과적이었던 약물이나 식이요법을 시도할 수 있었다.

김세희 교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뇌전증을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인에 특화된 유전 변이 데이터를 구축하면 뇌전증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