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7500만원 ‘하나은행배’, 결승전 흥행 실패 [바둑]

한국기원 바둑TV가 생중계 진행…시청자 수 900명 수준
같은 시간 생방송 중인 K바둑 ‘스미레’ 중계 시청자 3배 높아

기사승인 2024-06-14 15: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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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7500만원 ‘하나은행배’, 결승전 흥행 실패 [바둑]
우승상금 7500만원, 국내 최대 기전인 하나은행 MZ 바둑 슈퍼매치 결승전 생중계 시청자가 약 900명 선에 머물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한국 바둑 신흥 ‘사천왕’ 신진서⋅박정환⋅변상일⋅신민준 9단이 모두 총출동하고, 여자 바둑 최강자 최정 9단이 출사표를 올렸던 국내 최대 규모 기전 하나은행 MZ 바둑 슈퍼매치 결승전이 바둑 팬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14일 오후 1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 위치한 바둑TV 스튜디오와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프로 대회가 동시에 시작됐다. 바둑TV에선 우승 상금 7500만원의 국내 최대 기전 ‘하나은행배’ 결승전이 열렸고, K바둑에선 닥터지가 후원한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8강전이 생중계 됐다.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우승 상금은 3500만원이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바둑TV가 생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하나은행배는 시청자 수가 유튜브 기준 약 900명, K바둑 닥터지배는 2700명 수준이었다. 국내 최대 기전 결승보다 여자 기전 8강전 시청자 수가 3배 이상 많았다.

일반적으로는 국내 바둑계 톱랭커가 모두 출전해 열띤 우승 경쟁을 펼쳤던 하나은행배가 바둑 팬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반대 결과가 나온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앞서 열거한 한국 바둑 사천왕 중 한 명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흥행 카드’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 기전임에도 결승을 앞두고 이렇다 할 홍보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두 번째 이유는 최근 ‘바둑 춘향’에 등극하며 이슈 메이커로 떠오른 일본 천재기사 스미레 3단의 대국을 K바둑이 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바둑계는 한동안 스타가 부재한 현상을 겪었다. 신진서 9단이 국내는 물론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이후 뒤를 이을 새로운 유망주가 나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이 국내가 아니라 일본에서 건너 온 스미레에 의해 제시된 셈이다.

우승 7500만원 ‘하나은행배’, 결승전 흥행 실패 [바둑]
K바둑이 생중계 하고 있는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8강전이 하나은행이 후원한 국내 최대 기전 결승전 시청자 수를 3배 이상 크게 압도했다. 유튜브 갈무리

국내 최대 기전 결승전이 열리고 있음에도 바둑 팬들을 위한 현장 행사가 전혀 없다는 점도 관심 하락 요인으로 지적된다. 프로기전 주최사인 한국기원은 약 20년 전 바둑리그를 만들면서 바둑을 스포츠로 탈바꿈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바둑 팬들이 현장을 찾아 ‘직관’ 할 수 있는 공간도 방법도 없다는 사실은 향후 개선해야 될 점으로 거론된다.

한편 하나은행 MZ 바둑 슈퍼매치 결승 1국은 강동윤 9단의 242수 끝 백 불계승으로 끝났다. 벼랑 끝에 몰린 김명훈 9단은 15일 속행하는 2국에서 반격을 노린다. 춘향배 우승 이후 주가를 높이고 있는 스미레 3단은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8강에서 김주아 3단을 상대로 근소한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바둑TV가 주관방송을 맡은 ‘하나은행 2023-2024 MZ 바둑 슈퍼매치’ 우승상금은 7500만원, 준우승상금은 2500만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20초가 주어지는 시간누적방식(피셔방식)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