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차세대 코로나 백신 나오는데…‘임상 부진’ 겪는 국내 개발사

기사승인 2024-06-17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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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차세대 코로나 백신 나오는데…‘임상 부진’ 겪는 국내 개발사
쿠키뉴스 자료사진


해외 제약사가 개발한 차세대 코로나19 백신이 조만간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국산 백신 개발 소식은 요원하다. 정부가 백신 국산화를 위해 전폭적 지지를 약속했지만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최근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mRNA-1283’의 임상 3상 시험에서 1차 유효성 평가 변수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임상 결과 18세 이상 성인에서 기존 백신 대비 오미크론 BA.4/5와 오리지널 SARS-CoV-2에 대한 중화항체반응이 더 높게 나타났다.

mRNA-1283이 포함된 인플루엔자(독감) 및 코로나19 혼합 백신 후보물질 임상 3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모더나는 내년 하반기 미국에서 인플루엔자·코로나19 혼합 백신을 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노바백스는 올해 유행할 변이 바이러스인 JN.1에 대한 동물 임상 데이터를 발표한 상태다. 양사 모두 올 가을 접종 시기에 맞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화이자는 FDA의 권고에 따라 변이 바이러스 KP.2를 표적으로 삼는 백신을 연구 중이기도 하다.

반면 국내 코로나19 백신 임상 상황은 침체기에 놓여있다. 2022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놓은 ‘스카이코비원’ 이후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다. 유일하게 상용화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도 출시 1년 만에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효능,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생산이 중단됐다. 

최근엔 진행하던 임상마저 철회하는 분위기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유코백-19’의 국내 임상 3상과 부스터샷(추가 접종) 임상 1·2상 시험을 자진 취하했다. 앞서 제넥신도 디옥시리보핵산(DNA) 플랫폼을 활용한 백신 후보물질 ‘GX-19N’의 개발을 중도 포기했다. 이노비오, 셀리드 등 여러 제약바이오 업체들 역시 임상을 접었다.

물론 개발을 이어나가는 기업들도 있다. 셀리드의 경우 변이바이러스 대응 백신 개발에 다시 도전해 현재 ‘AdCLD-CoV19-1 OMI’의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다. 셀리드 측은 올해 3분기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다만 이를 제외하면 에스티팜, 아이진, 진원생명과학 등 대부분 기업이 임상 1상이나 2상에 머물러 상용화까진 갈 길이 멀다.

코로나19 백신의 국산화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규모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코로나19 백신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과제인데, 초기에 속도전에서 밀려 세계적 해외 제약사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뺏겼다”고 짚었다. 

이어 “백신 개발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을 해야 하는 만큼 다른 신약보다 규모가 크고 오래 걸리며 안전성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규모 있는 지원 없이 한두 기업이 나서 버티며 시장 흐름을 따라가긴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차기 백신 개발에서도 강대국의 대대적 지원과 함께 자금력을 앞세운 개발사들의 속도를 쫓기엔 국내 실정이 열악하다”며 “정부가 백신 구매를 약속하고 다양한 신약 기술 개발을 도울 수 있는 과제와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경 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월 ‘제2의 코로나19 대처 가능한가’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신약 개발 당시 정부가 제공한 연구 지원은 기간이 너무 짧았고 예산도 적어 기업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했다”며 “정부는 중장기 전략 수행을 위한 광범위한 거버넌스와 예산을 갖추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국산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지원을 실행하겠다고 표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2027년까지 국산 코로나19 mRNA 백신을 상품화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다만 해외 사례처럼 막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질병청의 숙제로 남아있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3개 제약사에 9300억원을 투자해 2023년 8월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사업 예산, 과제 선정 평가 등 세부 내용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논의 결과 등을 올해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 수준의 평가 기준과 단계별 세부항목의 목표 도달 여부 등을 고려해 전문가를 중심으로 합리적 평가 체계를 가져갈 것”이라며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해 충분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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