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상진료체계 강화…“중증응급질환별 순환당직제 실시”

중대본 회의서 의료계 집단휴진 대응책 논의
국립암센터 병상 최대 가동, PA간호사 수당 지급
진료 거부로 병원 손실 시 구상권 청구 검토
“모든 대화 열려 있고 항상 준비돼 있어”

기사승인 2024-06-16 13: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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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상진료체계 강화…“중증응급질환별 순환당직제 실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료계 집단 휴진을 앞두고 응급·중증환자의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7일부터 중증 응급질환별 순환 당직제를 실시한다. 병원이 의사들의 진료 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개최해 의료계 집단 진료 거부 대응 상황과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등에 반대하며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17일부터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를 제외한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로 국민의 의료 이용 불편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협 등이 집단 진료 거부 결정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중증·응급환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비상진료체계 강화 방안을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17일부터 ‘중증 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를 실시한다. 순환 당직을 신청한 기관들은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광역별로 매일 최소 1개 이상의 당직 기관을 편성해 야간과 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 대상 질환은 △급성대동맥증후군 △12세 이하 소아 급성복부질환 △산과 응급질환이다. 향후 다른 응급질환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암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한 가동하고, 서울 주요 5대 병원과 핫라인도 구축한다.

현장 의료진 지원을 위해선 진료지원(PA) 간호사에 대한 별도 수당을 7~8월에 지급한다. 의료 인력 신규 채용 인건비와 기존 인력 당직비 지원 대상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 종합병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비상진료 역량 강화를 위해 △지역별 전담관 지정 △공공보건의료기관 병상 최대치 가동 △야간·휴일 진료 단계적 확대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지정을 늘려간다. 또 의료계의 집단 휴진일에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안내할 방침이다.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보건지소 등 공공보건 의료기관이 경증·만성질환자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를 적극 활용하고, 지자체에 의료기관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어르신 등에게 비대면 진료 방법을 안내할 계획이다.

정부는 환자의 동의나 치료 계획 변경 등의 조치 없이 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지연하는 행위는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환자 피해 사례를 수집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진료 거부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하고 반대로 병원이 진료 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의업의 모든 영역에서의 무제한 자유가 허용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우리 헌법과 법률의 체계가 명확히 하고 있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라는 말은 몇 번을 고심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모든 대화에 열려 있고 항상 준비돼 있다. 어떤 형식이든 의료계가 원하면 만나고 논의하겠다”며 “의료계가 집단 휴진 대신 의료개혁의 틀 안에 들어와 브레인이 돼 주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당부했다.

의협은 이날 대정부 3대 요구안을 내놓고 정부의 답에 따라 집단 휴진 실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요구안 내용은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전공의, 의대생 관련 행정명령 및 처분 소급 취소 등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