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연기, 주택거래는 증가...가계부채 괜찮을까

주담대 금리 떨어지고…부동산 시장도 활기
2달 미뤄진 대출 규제…“집값 띄우기냐” 비판도
금융위 “가계부채 목표치 내 관리 중”

기사승인 2024-07-03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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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연기, 주택거래는 증가...가계부채 괜찮을까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새 5조원 넘게 불어났다.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주택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이른바 ‘영끌족’이 다시 고개를 들며 금융당국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 5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703조 2308억원) 보다 5조 3415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6월(678조 2454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0조원 넘게 급증했다.

시중은행의 낮은 주담대 금리가 가계대출 확대의 유인이 됐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최저 2%대까지 떨어졌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이 각각 2.99%와 2.93%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로 떨어진 것은 약 3년 만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급락한 영향이다.

부동산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지난달 29일까지 신고된 물량이 총 4935건이다. 이는 2021년 5월(5045건)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아직 신고기한이 한 달 남은 6월 거래량도 벌써 3200건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명목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약 2.33%(692조4094억원→ 708조 5723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명목 GDP 성장률(3.4%)보다 낮지만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점에 금융당국은 대출한도를 조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돌연 연기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여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 1일부터 2단계가 시행되면 스트레스 금리의 적용률이 25%에서 50%로 올라가, 실제 적용 금리가 0.38%p에서 0.75%p로 조정될 예정이었다. 이는 대출한도의 축소로 이어진다. 그러나 금융위는 지난달 25일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이례적으로 시행일을 9월1일로 미뤘다. 정부는 서민과 자영업자의 어려움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금융권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부가 말로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면서 상반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연기가 집값 띄우기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혀 말도 안 된다”면서 “중산층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건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고, 서민의 의식주를 어렵게 하는 식으로 사회가 발전할 순 없다”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를 위해 정책금융 등 DSR 규제의 예외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자설명회에서 스트레스 DSR 연기와 관련,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DSR 규제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전국장은 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대해 “필요하다면 DSR 적용 범위 확대라는 수단도 있다”며 “전세자금대출, 중도금 대출, 정책금융 등 DSR 적용을 예외로 하는 정책들을 규제 대상에 넣든지, DSR 비율을 조정한다든지 여러 수단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눈여겨 보고 있다면서 필요 이상으로 과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지난 1일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막판 수요가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줬을 수는 있다”면서 “4월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그 증가 폭이 조금씩 확대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는 목표치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언급한 DSR 적용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DSR 내실화 방안 중 하나로 금융위 업무보고서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고민은 하고 있지만 섣불리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 “DSR 내실화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민이나 취약차주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일관된 금융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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