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로맨스 ‘오! 주인님’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1-03-25 10: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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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로맨스 ‘오! 주인님’ [볼까말까] 
MBC 새 월화극 ‘오! 주인님’ 포스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범죄 스릴러 드라마만 쓰는 작가 아들에게 엄마가 말한다. “비수야, 이런 거 말고 다른 거 쓰면 안 돼? 있잖아 남자 여자 나와서 둘이 연애도 하고 웃고 그런 거.” ‘로코’를 싫어하는 아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런 시답지 않은 게 왜 좋아.” 엄마의 답은 명쾌하다. “사는데 웃고 사랑하고 그것보다 중요한 것도 있어?”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월화극 ‘오! 주인님’은 장르극이 대세인 지금 ‘그래도 로맨스’를 외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1 ‘소울메이트’ 등으로 유명한 조진국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 조 작가는 몸이 좋지 않았을 때 병상에서 사랑과 로맨스, 코미디를 떠올리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연출은 오다영 PD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주의자 드라마작가 한비수는 배우 이민기가 연기한다. 극 중에서 ‘로코퀸’이자 톱스타인 오주인 역은 배우 나나가 맡는다. 

첫 회에서 한비수와 오주인은 작품과 집으로 얽히고설킨다. 오주인은 자신의 드라마 주연을 찾는 한비수에게 직접 찾아가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하지만 한비수가 촬영현장에서 대체된 배우와 다시 갈등을 일으키며 새로운 배우가 필요해지고, 오주인이 구원투수로 떠오른다. 두 사람은 집으로 또 얽힌다. 오주인은 과거 가족과 함께 살았던 한옥을 오랜 기다림 끝에 구매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집을 내놓은 사실을 모르는 한비수는 술에 취해 집에 돌아가 잠을 자고 아침에 샤워하던 중 오주인과 마주친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주의자 성향의 남자 주인공과 ‘로코퀸’ 여자 주인공이 한집에 살면서 티격태격하다가 한 편의 로맨스 코미디 같은 사랑을 쌓는 이야기. 숱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정석처럼 봤던 인물과 설정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첫 편의 전개 또한 로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랐다. 곧 오주인의 오랜 친구 정유진(강민혁)이 등장해 삼각관계까지 형성할 예정이다.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차별화되는 부분도 있다. 로맨스 사이 판타지와 가족 이야기를 은근하게 배치해 눈길을 끈다. 한비수가 로맨스를 싫어하는 것은 과거 아버지와 연관돼 보이고, 톱스타인 오주인에게도 가족 관련 사연이 있다. 한비수가 교통사고를 당할 때 등장해 그에게 기적을 선물한 정체모를 흰옷의 인물은 이 로맨스에 약간의 판타지도 개입돼 있단 걸 암시한다.   

무엇보다 ‘오! 주인님’은 이 장르에서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두 주인공의 조화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서 활약했던 이민기와 나나는 이번 작품에서 좋은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그림체’도 비슷한 두 사람이 자연스러운 연기로 로맨틱 코미디의 ‘티키타카’를 보여주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도 흥미롭다. 특히 나나는 전작인 ‘출사표’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표현하며 새로운 ‘로코퀸’임을 증명했다. 

반가운 얼굴도 있다. 배우 이휘향이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했다. 능력 있는 의사이자, ‘쿨한’ 어머니 강해진 역으로 등장한다. 

◇ 볼까
범죄 혹은 판타지 투성이인 안방극장의 편성표를 살펴보다가 ‘그래도 로맨스!’를 외치고 싶은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 말까
사연이 있다지만, 차차 변하겠지만… 안하무인형 남자 주인공을 견디기 힘든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inout@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