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식 야권 대선구도, 윤석열-장성민 2강 체제?

탈지역·탈이념·당혁신 3가지 덕목 강조… 유승민·홍준표·안철수 등 불가론 풀이도

기사승인 2021-04-14 05: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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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식 야권 대선구도, 윤석열-장성민 2강 체제?
한 유세현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 후보와 국민의힘을 향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국민의힘은 새로운 정권을 담당할 수권정당으로, 국민경제를 책임지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더욱 철저한 자기 혁신의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여 있는 정당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읽고 모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사실상 ‘완승’으로 이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틀 후 퇴임기자회견에서 당을 향해 던진 마지막 바람이다. 내부 분열을 단속하고 당내 혁신을 이어가며 호남을 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야한다는 쓴 소리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당시부터 줄곧 주장해왔던 당과 이 당을 대표할 대권주자가 갖춰야할 덕목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의 말을 빌리면 “대한민국의 정당은 결국 대통령이 상징일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기준에 부합할, 혹은 염두에 둔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수구·보수·경상도 정당이라는 안팎의 부정적 인식을 떨쳐내기 위한 혁신적 사고와 영도력, 진보와 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성을 갖춘 김 위원장식 대통령감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권주자 중에 있을까.

야권의 인물 중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은 5명 정도다. 당 내에는 유승민 전 의원이 일찌감치 대권도전을 시사한 바 있다. 당 밖으로는 국민의힘의 전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당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뜻을 접었다고 공언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이름도 다시금 부상 중이다. 여기에 아직 정계에 투신하지 않았지만 지지율 1~2위를 오르내리는 윤 전 총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자로 불리지만 문재인 정부·여당과는 대척점에 있는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있다.

김종인식 야권 대선구도, 윤석열-장성민 2강 체제?
8일 새벽,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이들 중 정치권과 평론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이를 바탕으로 소거법에 따라 김 전 위원장의 내심에 자리 잡은 대권주자를 가려보면 대략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장성민 이사장 정도로 추려진다. 내적갈등을 봉합하고 당내 혁신을 이끌 수 있는 탈영남 출신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유 전 의원과 홍 의원, 안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은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은 대구·경북(TK)이라는 보수정당의 지역적 한계에 갇혀 있다. 당의 혁신을 국민에게 내보이기에도 어려움이 있는 옛 인물이란 평가 때문이다. 

안 대표는 부산출신이자 충청과 호남 등지에서 일부 지지를 얻었던 이력이 있었던 점에서는 지역적 굴레에서 다소 자유롭다. 개혁·중도를 표방하는 제3정당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해왔기에 이념에서도 확장성이 넓다. 그러나 정치적 영도력은 여전히 물음표를 띄우는 이들이 많았다.

아쉽게도 김 전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결과를 ‘야권의 승리’라고 표현한 안 대표를 향해 ‘건방지다’는 등 날 선 표현과 비난을 쏟아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까지 말했다. 적어도 김 전 위원장의 복심에 안 대표는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윤 전 총장 사퇴 직후인 지난 3월 9일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결과 1위에 오른 것을 두고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예전에 독일에서 공부했던 점을 감안해 독일식 표현을 우리 식으로 바꾸면 ‘운명을 거머쥐었다’는 의미로 풀이가 가능하다.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평소 윤 전 총장을 높이 평가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지금 시대정신이 공정이다. 윤 전 총장이 시대정신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5월 중 빛을 볼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인식 야권 대선구도, 윤석열-장성민 2강 체제?
야권 차기 대선주자이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운 차기 대통령의 자질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도 평가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사진=쿠키뉴스DB

이와 달리 장성민 이사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저 ‘당 밖에서 꿈틀거리는 잠룡’이란 말이 일반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장 이사장이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이후 지난해 11월 성일종 국민의힘 중진의원이 한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장 이사장을 김 위원장과 함께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야권 유력 주자’로 꼽으며 주목도가 올랐다.

그럼에도 장 이사장이 김 위원장의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란 평가들이 다수다. 지역적 기반이 전라남도 고흥인데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근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른바 ‘DJ의 적자’라는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친야적 성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더구나 지난 20여년 간 외교·안보·경제·사회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책을 펴내고 강연을 해왔던 점, 국민대통합을 내세워왔던 점 등은 과거 김 위원장이 차기 대통령의 자질로 꼽은 ▲외교 ▲사회통합 ▲경제 ▲교육 전 분야에 대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도 장 이사장이 양극화 해소와 국민통합을 이룰 인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았다. 나아가 미·중 양강시대에 대한민국 외교·안보·남북관계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할 식견을 갖춘 지도자라는 데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내외적 인지도나 드러난 정치적 지도력은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그마저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만큼 검증된 자질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그 때문인지 성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출연해서도 장 이사장을 윤석열·김동연(전 경제부총리)과 함께 대선 후보군으로 직접 거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 3명은 모두 이렇다 할 정치적 행보나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지는 않고 있다. 이에 이들의 미래 발걸음이 주목된다.

oz@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