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공약’ 재등판에… 대학생 “희망고문 말고 진짜 등록금 지원을”

대학생 “이젠 신경도 안 써요”… 반복되는 희망 고문에 ‘냉담’
실제 등록금 혜택받아도… “운이 좋았을 뿐”

기사승인 2021-08-21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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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공약’ 재등판에… 대학생 “희망고문 말고 진짜 등록금 지원을”
등록금반환운동본부가 지난 3월 혜화역 공공그라운드에서 ‘코로나19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 대회’를 열었다. 대학생이 겪는 어려움 중 등록금이 포함돼있다.   사진=최은희 기자

[쿠키뉴스] 신민경 인턴기자 =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철 열기가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대선후보들은 ‘스윙보터’인 대학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등록금 공약을 차례차례 내놓고 있다. 직접적인 수혜자인 대학생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쿠키뉴스가 재학 중인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공약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반응은 ‘냉담’했다. 반복되는 ‘반짝’ 등록금 공약에 희망 고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학생 A 씨(23·여)는 관련 질문에 “신경도 안 쓴다”며 “어차피 안 할 게 뻔하니 관심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필요할 때만 등록금 감면을 들고나오니까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대학생 B 씨(21·남)는 “공약을 실행하지 않을 걸 알고 있어서 아무도 등록금 공약을 낸 대선주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또 반복되는 공약에도 지난 정치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짚으며 “(공약 자체의) 현실성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다만 정부의 등록금 지원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이들은 그간 정부의 등록금 정책 이행을 교훈 삼아 명확한 기준, 수혜대상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로부터 등록금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C 씨(22·남)는 개인의 등록금 부담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장학금 신청은 매번 하지만 한 번도 받은 적 없다”라며 “부모님이 나 대신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적은 돈이 아니라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등록금은 반드시 인하해야 한다”이라고 했다. 

4년 동안 등록금 전액을 감면받았다는 D 씨(24·남) “전액 감면을 받고 대학에 다녔지만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지원 기준에 맞지 않아 혜택을 보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지원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학생이 수혜를 보도록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히 등록금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생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D 씨(23·남)는 “등록금 정책에 사각지대가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렇게 여유 있는 편이 아닌데 소득분위가 높게 나와 등록금 감면을 못 받은 친구가 있었다. 거창한 등록금 공약을 내놓기보다 수혜 범위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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