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추행 사건’ 수뇌부 영장 대거 기각…“수사하지 말란 얘기”

기사승인 2021-09-27 17: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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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성추행 사건’ 수뇌부 영장 대거 기각…“수사하지 말란 얘기”
지난 6월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故 이모 중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정윤영 인턴기자 = 성추행 피해 후 2차 가해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 모 중사 사건 관련 부실 수사 혐의자의 영장이 대거 기각됐다. 군 수뇌부와 공군본부 법무실 등 부실 수사 연루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이 어려워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공군본부 법무실과 로펌 간 통화가 오간 정황이 확인돼 관련 혐의자 간 통신 내역을 확보하고자 청구한 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됐다고 26일 밝혔다.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국방부가 임명한 특임군검사는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통신사실확인자료(통신영장)를 청구했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정상화 전 공군참모차장, 이성복 공군 제20비행단장 등 공군 수뇌부 3인과 가해자 측 로펌 관계자 2인에 대해 4명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가 군 내 구조적 문제를 덮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전날 낸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는 특임군검사를 임명해 독립적 수사 보장을 약속했지만, 결국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한 통신 영장 청구를 무더기로 기각시켰다”며 “수사를 초기 단계부터 무력화시킨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건 핵심 의혹을 규명하지 않고, 군 내 수뇌부를 옹호하고만 있는 것이 문제”라며 부실 수사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을 유가족과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윗선에 수사가 번지는 걸 막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특임군검사를 임명했다면 증거 확보는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구속을 하는 것도 아닌 통신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은 애초에 기초적인 수사도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결국 전 공군참모총장 등에 통신영장을 발부하게 되면 누가 연루돼 있는지 조사에 들어가게 되고, 수사를 미온적으로 했는지, 허위보도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국방부 장관도 참고인 조사를 하게 된다. 국방부는 수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사조차 못 하게 막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번 공군 성추행 사건은 성추행 가해자나 2차 가해자 외에 혐의 입증한 사람이 없다”라며 “부실 수사 사례가 잇따르면 결국 피해자들이 침묵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1일 공군에게 사건을 이관받은 국방부 검찰단은 이달 내 해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 중사는 지난 3월 직속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신고했다. 그러나 군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사건 발생 2개월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관련 경위 수사 중 20비 군사경찰대와 군검찰의 의도적 부실 수사, 공군본부 법무실 및 공군 수뇌부의 부실 수사 연루,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피해자 사망 관련 허위 보고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yunieju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