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어디로 가나...대선후보 자본시장 공약 [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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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12-28 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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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어디로 가나...대선후보 자본시장 공약 [알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대통령 선거를 약 3개월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의 정책 공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대선 공약은 대통령 국정운영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기에 민생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정책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해외 신흥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저평가 됐다는 얘기가 종종 나옵니다. 이는 왜곡된 기업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국내 기업 지배주주(오너 일가)의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인해 일반 개인주주의 이익은 편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알기쉬운 경제(알경)’에서는 주력 대선 후보의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과 내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 이재명·윤석열표 자본시장 개혁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자본시장 대전환’ 추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배주주에 편중돼 있는 왜곡된 구조를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후보는 얼마 전 유튜브 경제전문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우리 시장이 세계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너무 저평가됐다”며 “과거에는 한반도라고 하는 지정학적 요소였으나 지금은 불투명성이 가장 큰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후보가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자본시장 개혁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상법 제제382조 3항’의 전면 수정입니다. 기존 상법 제382조 3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자칫 지배주주의 일방적 전횡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회사와 전체 주주를 위한 이사의 의무’로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만약 이 제도가 도입됐다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윤석열 후보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의무공개매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의무공개매수란 상장회사의 주식을 25% 이상 취득할 경우에는 반드시 40%+1주를 주식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매입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의무공개매수' 도입의 필요성은 한샘의 M&A(인수합병) 과정에서 더욱 부각됐습니다. 한샘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자는 지분 37.8%를 약 1조4500억원에 사모펀드(IMM PE)와 롯데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한샘의 시가총액이 약 2조6800억원이엇던 것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 4000억원을 더 받고 매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매각 이슈로 주가가 흔들리자 매도 시점을 놓친 나머지 소액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습니다.

신사업 분할 상장시 투자자 보호 강화 공약도 눈길을 끕니다. 최근 LG화학이 알짜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새로운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물적분할로 인해 LG화학의 주가는 연초 대비 29.47% 하락했습니다. 윤 후보는 “최근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사업을 분할하는 결정을 하며 주가가 하락해 많은 투자자들이 허탈해하고 계신다”면서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자본시장 개혁은 경영권 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직 공약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개혁이 도입된다면 국내 자본시장도 이전보다 주주친화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 도입에 재계는 ‘경영권 방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할 것입니다. 이미 재계는 지난해 법무부가 발의한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했습니다. 법무부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3% 룰)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합니다. “대주주 견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여당의 입법 취지이지만 재계는 “오히려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외국계 투기자본의 타깃이 된 국내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와 같은 해외 사모펀드가 먹이감이 되는 기업들은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오너 중심의 기업들이 다수였습니다. 과거 합병 논란이 일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이나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엘리엇 같은 사모펀드는 일명 하게타카(ハゲタカ·차익만 노리는 투기자본)로 불릴만큼 악명이 높습니다. 이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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