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제동’에 한숨 돌린 학원가...혼란은 여전

학원업계 정부 즉시항고 결정에 "혼란"
식당·카페 등 자영업자들도 들썩

기사승인 2022-01-05 14: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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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제동’에 한숨 돌린 학원가...혼란은 여전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 백신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법원의 학원·독서실·스터티카페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효력 정지 처분 결정에 정부가 즉시항고하기로 결정했다.

학원업계는 하루 동안 냉탕과 온탕을 경험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즉시항고에 따른 법원의 결정 또는 본안 1심 판결이 나와야 방역패스가 그대로 유지될지, 뒤엎어질지 결정될 것으로 보여 현장 혼선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경기도 안양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법원 결정을 속보로 보고 안도하자마자 정부가 항고한다는 기사를 보고 혼란스러웠다. 다시 방역패스가 시행될 수 있다는 현실에 겁이 났다"고 토로했다. 

A씨는 "미접종 아이들의 교육 받을 기회를 뺏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서로 교감하고 상호작용하며 배움을 얻는 것도 학원, 교습소 등 교육시설의 목적 중 하나"라면서 "하지만 방역패스 적용 대상인 학원생들에겐 (시행일인 3월1일 이전에) 관련 공지를 보내야 한다. (미접종자 수업 불가) 이게 아이들에게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운영적인 부분만 봐도 초등 고학년 이상 학원생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수업을 중단하게 돼 원 입장에서도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조심하고 움츠리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까지 강제로 빼앗아가는 기분이 들어 심적으로나 운영적으로나 아주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함께하는사교육연합(함사연)·전국학부모단체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적용 집행정지 신청을 전날 일부 인용, 1심 판단 전까지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백신 미접종자들의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부 조치는 백신 미접종자 중 진학과 취업 등을 위해 학원과 독서실을 이용하려는 사람의 교육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하는 것"이라며 "돌파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는 점을 비춰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서만 그러한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복지부는 즉시항고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고 법무부는 하루 만에 즉시항고를 결정했다. 복지부는 "성인 인구 6.2%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중증환자 사망자의 53%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 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원업계는 반발했다. 함사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체주의적 방역정책으로 국민의 주권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잇는 행정부는 사법부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어이없게도 '즉시항고'를 들먹이고 있다"며 "(재판부는) 본안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침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으며 방역패스의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잠시 집행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방역패스 중지 사태에 업계와 정부, 법원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현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한 어학원 관계자 B씨는 "방역패스가 중지되면 번거로운 사무가 줄어드는 만큼 학원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편해질 것 같다"며 "(정부의 항고 결정 등으로) 다만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만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부터 미접종자를 받아도 되느냐"는 독서실, 스터디카페 운영자들의 질문이 쏟아냈다. 동종업계 회원들은 서로 질병관리청 등에 문의한 결과를 공유하며 다음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 미접종자 회원을 다시 받아도 된다고 전했다. 

서울고법의 결정 또는 본안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이같은 교육 현장의 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즉시항고로 상급심 법원인 서울고법이 집행정지 여부를 다시 심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행정법원이 결정한 집행정지 효력은 유지된다. 

이와 함께 방역패스를 둘러싼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정한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은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제외하고 식당·카페, 유흥시설, 노래방, 영화관·공연장, 목욕탕, 실내체육시설, PC방, 도서관 등 거의 모든 실내 장소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뿐만 아니라 전체 방역패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방역패스를 비판하는 집회를 연일 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커뮤니티에 정부의 항고 소식을 공유하며 "자영업자들 중에서 (학원, 독서실, 스터티카페 등이) 최초로 큰 일한 것" "방역패스 전체가 무효화되길 바란다" "식당도 백화점도 대형마트도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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