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체계 전환… “어쩔 수 없는 선택”

엄중식 교수 “10만~15만명 넘어가면 각자 살아남아야 할 것”

기사승인 2022-02-09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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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 체계 전환… “어쩔 수 없는 선택”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확진자가 순식간에 증가하자 정부는 재택치료 체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재택치료 모니터링 대상을 기존 모든 환자에서 고위험군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앞으로 60세 미만 무증상·경증 환자는 재택치료관리 의료기관의 모니터링 없이 7일간 스스로 건강상태를 관찰하고 필요할 때 동네 병·의원의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60세 이상 집중관리군 환자는 재택치료 의료기관에서 1일 2회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

확진자와 공동격리하는 동거 가족에게는 필수적인 외출이 허용된다. GPS 기반 위치 추적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도 폐지되고, 역학조사도 확진자가 직접 웹페이지에 접속해 접촉자 등을 쓰는 ‘자기기입식 조사’로 변경됐다.

오는 10일부터 재택치료는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 환자로 나뉘어 진행된다. 일반관리군은 집에서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면 된다. 별도의 모니터링은 없으며 증상이 악화하거나 이상이 생기면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으면 된다. 진료비용은 무료이며 약국에서 약 처방도 가능하다. 처방받는 의약품은 동거가족이 대신 수령할 수 있고, 여의치 않다면 보건소를 통해 받을 수도 있다. 

60세 이상, 5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집중관리군 환자라면 의료기관으로부터 1일 2회 유선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 해열제·체온계·산소포화도 측정기·소독제·자가검사키트 등으로 구성된 재택치료 키트도 집중관리군에게만 지급된다. 

코로나19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의원은 7일 기준으로 전국 1182개소다.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는 병·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정부는 4000개소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10일부터 17개 시·도가 문 여는 지자체 재택관리지원 상담센터로도 상담·처방을 받을 수 있다. 센터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상시 대기하고 24시간 대응도 가능하다. 

격리가 원칙이지만 재택치료자들이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외래진료센터도 112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외래진료센터는 확진자가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지자체(보건소)를 통해 위치·연락처 등에 대해 안내받을 수 있다. 그간 보건소의 허가가 있어야 센터 이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 응급상황에 대비해 코로나 전담 전용 병상 지정, 응급실 내 격리된 별도 진료구역 설정 등으로 응급처치에 나설 계획이다.

8일 0시 기준으로 재택치료자는 15만9169명으로 전날보다 1만2724명 증가했다.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은 전국 561개소로 최대 관리 인원은 16만3000명이다. 가동률은 92%까지 올랐다.

재택치료 체계 전환… “어쩔 수 없는 선택”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앞서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이들은 지금이라도 체계가 변경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A씨는 “확진 문자를 받고 나서 전혀 안내가 없었다. 나중에 키트는 제공 받았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며 “보건소와 통화하고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격리를 끝내는 시점에 대해서도 불분명해서 답답했다. 차라리 지금과 같이 어떻게 변경되는지 알면 더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격리 기간이 끝나는 와중에도 기침 등 증상을 보여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택치료 체계 변경과 관련해 이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체계 전환은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른게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라며 “대응 인프라가 이 정도뿐이라 맞춰서 바꾼 것이다. 지자체 보건소에서 격리 결정, 환자 분류, 물품 지원 등의 업무를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재택치료자 중 13.5%만 집중관리군으로 정한 건 그 정도만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60대 이상과 50대 기저질환자가 그 정도 된다”며 “일일 확진자가 2만명이 될 때까지 버텼지만, 3만5000명을 넘어가니 한계에 맞춰 전환했다. 추후 10만~15만명의 일일 확진자가 나오면 정말 각자 살아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소 급하게 체계를 전환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체계를 바꿔야 하지만, 해외에서 이미 오미크론이 전파될 때 대비가 돼야 했다”며 “한국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잘 지켜 유행이 다소 늦게 왔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갑자기 내려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확진된 고등학생이 격리해제 4일 만에 사망한 사례도 있다”며 “젊은 층에도 고위험군이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갑자기 몸이 나빠질 수 있다. 이제 국민모두가 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사둬야 할 판이다. 단계적으로 체계를 전환해야 했는데 준비 기간 없이 하루아침에 바꿔버리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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