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서 맞장 뜬 윤석열·이재명… 심상정·안철수엔 ‘진땀’

李‧尹 ‘외교‧안보’ 충돌… “거칠고 난폭” vs “유약한 태도”
이재명, 심상정에 “위성정당 창당 미안해”
野 단일화 질문에… 안철수 “이미 결렬” vs 윤석열 “노력 중”

기사승인 2022-02-26 0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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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서 맞장 뜬 윤석열·이재명… 심상정·안철수엔 ‘진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가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4명의 후보자들이 본격 토론에 앞서 포즈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한국인터넷신문협회

여야 주요 4개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또다시 TV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막판 승기’를 잡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특히 양강구도를 달리는 윤석열·이재명 대선후보 간 가시 돋친 신경전이 팽팽했다. 다만 두 후보는 안철수·심상정 후보와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며 몸을 낮췄다. 

25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정치’ 분야 토론회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공식 선거운동 돌입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두 번째 법정 토론회다. 각 후보들은 정치 개혁·대북 정책·외교 문제 등 정치 분야 전반을 두고 논쟁했다.

첫 토론 주제인 권력 구조 개편 방안부터 날 선 설전이 벌어졌다. 모든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지양하고 선거제도 개편으로 다당제를 이뤄야 한다는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개헌을 통한 권력 분산 필요성을 두고는 이견을 보였다. 

이 후보와 심 후보, 안 후보는 한목소리로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선거제도 개편·통합정부 구상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비례대표제도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으로 제3의 선택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민주당 대선개혁안 제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 대선에서 득실을 따져 이용할 생각 말고 실천하라”고 일침했다. 안 후보는 “민심 구조 그대로 국회의석 가능한 제도로 바꿔야 한다”며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도 개편을 주장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 개혁안을 “중요한 담론들이 선거를 불과 약 열흘 앞두고 나왔다. 정권교체라고 하는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정치교체로 치환하는 선거 전략”이라며 “정치쇼에 가까운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헌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개헌에는 유보적 입장·선거제도 개혁에는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TV토론서 맞장 뜬 윤석열·이재명… 심상정·안철수엔 ‘진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도 격돌했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안방 장비”, “평화쇼” 등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았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사드 배치·선제타격 발언을 직격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윤 후보는 거칠고 난폭하다.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건 전쟁 개시다. 사드도 필요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며 “(윤 후보의 발언으로 인해)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가 위험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말을 세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외교적으로 협의나 소통을 철저하게 하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 큰소리를 뻥뻥 치는 건 안방 장비”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 집권 여당이 ‘평화 쇼’를 벌이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이 후보의 안보관이 부족하다”며 “평화라는 건 확실한 억제력을 가져야만 유지가 된다. 유약한 태도로는 평화가 위협을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 선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후보는 “북한은 지금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민주당 정부와 이 후보는 종이와 잉크로 된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강조하고 있다”며 “종전선언을 강조한 것 자체만으로도 우크라이나가 겪은 동일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후보들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역할과 기능, 향후 운영 방안을 두고도 견해차를 보였다. 안 후보는 공수처 폐지를 주장했고 윤 후보는 경우에 따라 폐지할 수 있다는 의견을 폈다. 반면 이 후보는 공수처가 부족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폐지에는 반대했다.

안 후보는 “지금 공수처의 실력은 빵점”이라며 “공수처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공수처의) 정치인이나 언론에 대한 통신사찰은 정말 실망스럽다. 이 정도의 수사 능력으로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수처에 대해서 인건비를 최소한으로 배정하면 이들이 수사 기능을 작동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함께 협의를 통해 이를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고 했다.

이에 윤 후보는 “공수처는 우리 국민들의 꿈과 기대를 갖고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매우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실력이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며 안 후보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고칠 만큼 한번 고쳐보고 그래도 안 되면 폐지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공수처 개편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후보도 개편이 선과제라는 윤 후보 의견에 동의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그는 “공수처가 현재 부족하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검찰을 수사할 조직이 없다. 부족하더라도 앞으로 역량을 좀 키워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제 기능을 하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TV토론서 맞장 뜬 윤석열·이재명… 심상정·안철수엔 ‘진땀’
선관위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정치분야)가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열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심상정·안철수 후보와의 정면충돌을 피하는 모습이 이목을 끌었다. 이 후보는 기회만 닿으면 정치 개혁 연대를 강조하며 ‘러브콜’을 보냈고,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여지를 남겼다. 

심 후보는 남은 대선 판세를 가를 변수로 꼽히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심 후보의 물음에 안 후보는 “이미 결렬을 선언했다”고 단언했다. 반면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뭐하지만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후보가 심 후보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난 총선 당시 ‘위성정당’ 창당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심 후보는 민주당이 ‘촛불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대통령도 만들어줬고 지방 권력도 줬다. 180석이라는 국회 권력도 줬는데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라며 “그래서 내로남불과 무능함, 오만함에 대한 심판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를 들은 이 후보는 심 후보의 지적을 수용한다며 유한 태도를 드러냈다. 그는 “심 후보의 지적에 가슴이 아프다.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다”며 “심 후보의 지적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인정했다. 이어 “부족하고 오만했다. 그래서 지금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찰하고 또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서는 “그때 나도 반대를 했다. 대놓고 반대를 하다가 입장이 난처해지기도 했다”라고 술회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팠다. 오랜만에 만든 정치개혁 성과를 이런 식으로 만든 점에 대해서 미안하다”라며 사과했다.

최기창·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