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취소·중단, 보험으로 보장될까

보험연구원, 포스트코로나 대비 여행보험 상품 개선·개발 제안
소비자 필요 늘고, 공개적 요구도 나왔지만… 실현여부는 ‘글쎄’

기사승인 2022-05-16 13: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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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취소·중단, 보험으로 보장될까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한 귀성객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서울 반포동에 거주하는 A(38)씨는 유럽으로의 두근댔을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신혼여행지인 로마 공항에 도착한 직후 아버님의 부고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부랴부랴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구하는 한편, 여행 관련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비용은 물론 포기해야했다. 심지어 돌아오는 비행기도 일정변경이나 환불이 안 돼 새로운 표를 구하며 추가비용까지 들였다. 

하지만 향후 A씨와 같은 손해를 일부나마 복구할 수 있는 보험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선임연구위원과 홍보배 연구원은 16일 ‘포스트코로나 시대 여행보험시장 전망과 과제’라는 제목의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여행 취소 및 중단 등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펜데믹(대유행) 사태와 그 이후, 대유행 상황 속 여행행태 변화 등을 감안한 새로운 또는 시대상황에 발맞춘 여행상품이 나와야한다는 제안이다.

근거로는 △일상과 여가의 결합 △유연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전환 △여행 재차한조치의 단계적 완화 등을 들었다. 속칭 업무와 여행을 결합한 ‘워케이션(work(일)+vacation(휴가)’과 같은 국내·외 여행행태가 등장하고, 근거리로의 자연친화적 야외활동이나 여행을 즐기는 유형이 늘어나지만 갑작스런 감염확산 등의 사태에 대한 위험성 또한 여전한 만큼 소비자들의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여행이나 보험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온 미국에 뿌리내린 처브(Chubb)나 악사(AXA)와 같은 보험사들이 ‘환불 불가능한 여행예약’에 대한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보험을 선보인 점 등도 예로 들며, 수요에 대응한 해외 보험회사들의 움직임이 조만간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의 AXA는 여행 취소시 경비의 50~75%를 보장하는 대신 일반여행보험보다 40~60% 높은 보험료를 받는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A씨는 “과거 신혼여행 때 상당한 손해를 봤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여행경비를 허무하게 포기하지 않고 일부나마 보장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 상품이 만들어질지는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 또한 “위드코로나 상황에서 새로운 여행상품에 대한 요구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업계에서 논의되는 부분은 없다. 검토는 해봐야겠지만 사회적 요구와는 별개로 상품의 위험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손해율이 높을 수 있어 상품화까지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위원은 “갑작스러운 거리두기 단계 상승 등으로 항공권이나 숙소 예약을 취소하거나 여행 중 일정이 변경되는 변수를 경험하게 되면서, 예쌍치 못한 상황에서도 여행 일정 변경이나 취소가 유연하고 편리한 여행상품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 “아직 개념적 성격이긴 하지만 수요가 있고, 해외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국내 보험사들도 검토를 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