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20년 만에 재건축 속도낼까… 난관 여전

기사승인 2022-08-26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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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20년 만에 재건축 속도낼까… 난관 여전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에 재건축 사업 심의 재개와 관련한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조현지 기자

20년째 답보상태에 놓였던 강남 재건축 최대어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꿈틀대고 있다. 조만간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다만 정비계획 승인 이후에도 조합설립 등 과제가 산적한 만큼 실제 사업이 속도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는 전날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에 관환 자문 안건을 논의하고 ‘재자문’을 결정했다. 도계위 소위원회는 위임사항에 대한 심의·자문 의결을 하는 수권소위원회와 자문을 위한 일반 소위원회로 구분된다. 전날 회의는 심의·의결 권한이 없는 일반 소위원회 회의였다

이번 회의에서 소위원회는 역세권 활성화를 위한 건축 배치와 서측 건축물 배치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견이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에 반영될 경우 오는 10월 도계위에 상정이 가능해진다. 해당 내용은 조합 측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에 20여년째 정비계획 수립단계에 멈춰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1979년 준공돼 2003년 12월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됐다. 그러나 집값 상승 등을 우려한 서울시가 내용 보완을 요구하며 번번이 정비계획안을 상정을 반려했고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올해 3월 새 추진위원장을 선출하고 4년 만에 정비계획안 심의에 재도전했다. 지난 2017년 최고 49층으로 짓겠다는 정비안을 도계위에 제출했지만 서울시의 ‘35층 제한 룰’에 막혀 반려됐다. 같은 해 말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낮춘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다시 보류 판정을 받았고 현재까지 도시계획위 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은마아파트 일대는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소를 운영 중인 관계자는 “추진위에서 (재건축 추진에 대한) 서울시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문자를 통해 전했다. 원래는 전혀 추진을 하지 않다가 어떤 의견을 내놨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것. 늦어도 내년 초쯤에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정비구역 지정 이후 조합 설립까지 이어져야 본격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단계에선 구체적인 이야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변수가 많은 재건축 사업 특성상 넘어야할 관문은 여전히 산적하다. 통상 재건축사업은 정비구역지정→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조합설립인가→시공사 선정→사업시행계획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준공 및 이전 고시 등 7단계의 절차를 거친다. 정비구역 지정 후 조합 설립부터 시공사 선정까지는 주민들이 주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 간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부지 6600㎡(약 2000평)에 달하는 은마상가 재건축 문제도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상가 재건축은 방식부터 이익분배까지 견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아 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국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3년7월부터 2019년9월까지 일어난 재건축사업 관련 소송은 249건으로 이중 36건(약 14%)이 주택과 상가 소유자 사이에 벌어진 소송이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