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보다 현대차가 비싸다? 현대차 美 보조금 논란

기사승인 2022-09-01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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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보다 현대차가 비싸다? 현대차 美 보조금 논란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미국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정부까지 직접 나서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당장은 해결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손웅기 통상현안대책반장, 외교부 이미연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대표단은 30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관계자를 만나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의 차량이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직접 미국 출장길에 올라 문제 해결에 나섰다. 정 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과 관련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발표된 IRA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나서 현대차의 북미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해당 조항 유예를 비롯해 법 개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상위권 업체로 도약에 나선 상황이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점유율은 테슬라(27%)에 이어 2위(14%)까지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선방하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의 시장점유을 기록 중이다. 올해 1~7월 누적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 1만8328대, 기아 2만1156대다.

이번 발표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차종은 차량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989만원)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전부 제외됐다. 아이오닉5·EV6·코나EV·GV60·니로EV 등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다. 1000만원에 가까운 보조금이 사라지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다른 전기차들과는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는 현지 생산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현대차는 그렇지 못하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우선 현대차는 오는 2025년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전용공장의 완공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지만 당장의 대안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 완공 및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에는 보통 2년 정도 걸린다.

이에 산업계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부당하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날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코엑스호텔에서 '2022년 국제통상위원회'에서 위원들은 IRA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개편에 대해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며 "이는 한미 양국 정상회담 이후 한층 강화된 경제안보 동맹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자동차·배터리·반도체 등 미국의 미래 전략산업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