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고심하는 게임사…환율 리스크 커진다

기사승인 2022-09-30 0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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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 고심하는 게임사…환율 리스크 커진다
13년 6개월만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나오고 있다.   쿠키뉴스DB

‘킹달러(달러화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 분위기도 엇갈리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는 오른 환율에 환차익을 누리고 있지만 외화 대출을 낸 게임사들은 그만큼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2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2.20원을 기록한 뒤 143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전날 대비 1원 내린 1438.9원으로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환율 상단이 15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 중 해외 매출 비중이 80% 이상으로 높은 곳은 넷마블,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이다. 넷마블의 상반기 해외 매출은 1조87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했다. 이중 북미 지역 비중은 49%를 기록했다. 넷마블은 북미에 잼시티와 카밤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기에 북미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는 각각 8932억원, 218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크래프톤은 대표작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에서 흥행하며 해외 매출 비중이 94%에 달했다. 펄어비스의 경우 흥행작 '검은 사막'을 앞세워 북미·유럽에서 전체 매출의 52%를 올렸다.

같은 기간 컴투스의 해외 매출 규모는 1909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팬덤이 큰 ‘서머너즈 워’ 지식재산권(IP) 매출의 50%가 북미·유럽에서 나왔다. 오는 11월부터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 자산 보유가 순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올 2분기 기준으로 펄어비스는 1억5600만 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500만 달러를 제외하면 순자산 1억5000만 달러를 보유 중이다. 2분기 기준 환율인 1292원에서 5% 오를 경우 포괄손익이 100억원 가량 늘어나는데 현재 환율은 10%가량 오른 상황이다.

반대로 해외 게임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거뒀어도 외화 대출 규모가 큰 게임사에는 외화환산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화환산손실은 결산 시점 환율을 평가할 때의 원화금액과 장부상 기입된 원화금액 사이 발생하는 손실을 의미한다.

넷마블은 지난해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2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은행에서 달러로 1조6000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계약 당시 환율은 1147원이었으나 현재는 1440원을 넘어선 만큼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출을 받았던 넷마블의 올해 상반기 누적 외화환산손실은 153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외화환산손실이 3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북미 매출 비중이 높아 환차익을 봤지만, 대출 부담으로 환율 수혜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킹달러 현상이 지속된다면 게임사들의 인수합병 시도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금리와 환율은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각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인수금융 금리도 지난해 3~4% 수준에서 연 7%까지 치솟았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환차익으로 이득을 본 게임사들이 많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게임산업 역시 킹 달러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할 때 이러한 여파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전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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