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IPO 시도 ‘급제동’…‘원히트 원더’ 리스크 해소 급선무

기사승인 2022-10-22 06: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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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IPO 시도 ‘급제동’…‘원히트 원더’ 리스크 해소 급선무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CI.   라이온하트

한동안 뜨거웠던 국내 게임사의 기업공개(IPO) 러시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게임사들이 상장 의지를 밝혔지만, 현재는 이러한 목소리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지난 13일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증권신고서 철회를 공시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적격 통보를 받은 지 열흘 만이다.

앞서 라이온하트는 이달 말 수요예측을 거쳐 11월 중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라이온하트는 상장에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로 개발력을 입증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현재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및 공동주관회사와 협의 하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며 “추후 상장 추진 일정 등을 재확정하면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세부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넷마블은 지난해 자회사 ‘넷마블네오’의 상장을 철회했다. 4개월에 걸쳐 심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당시 넷마블은 “현재 공모청약 시장 분위기를 고려,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는 시기에 재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장을 철회하거나 준비를 하는 게임사들은 공통적으로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분위기로 인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외적인 문제나 신작 경쟁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원히트 원더(하나의 히트작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출시하지 못한 사례)’에 대한 리스크를 지우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히트작을 통해 상장까지는 진행할 수 있지만, 이후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에는 경영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임사 IPO 시도 ‘급제동’…‘원히트 원더’ 리스크 해소 급선무
8월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간 베스파.   베스파CI

실제로 2017년 ‘킹스레이드’의 흥행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베스파는 계속되는 흥행작 부재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결국 지난 7월 100여명의 직원에 권고사직을 통보했고, 다음 달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해 8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크래프톤은 49만8000원이라는 높은 공모가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21일 종가 기준 17만9000원으로 약 60%의 하락세를 보였다. 각종 경기 침체의 여파도 치명적으로 작용했지만, ‘배틀그라운드’ 이후 이렇다 할 후속작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뼈아프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래프톤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눈물을 마시는 새’ 등 다양한 신작을 개발하며, 조금씩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라이온하트 역시 아직까진 오딘 이외의 흥행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다. 사측은 차기 신작을 위한 여러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IPO 진행시 발생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라이온하트가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것에는 자회사 카카오게임즈 주주의 거센 반발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게임즈의 모회사인 카카오는 최근 몇년간 핵심 자회사를 연달아 상장시키며 모회사의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카카오게임즈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오딘의 개발사인 라이온하트가 쪼개기 상장을 한다면, 주주들의 피해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라이온하트 별도 상장 예고 이후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4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했다. 반면 라이온하트가 상장을 철회하자 14일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전날 대비 9.44% 상승했다.

A씨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당시에는 게임주가 대장주 역할을 하면서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며 “IPO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기대한 게임사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급격한 경기 침체로 시장이 얼어붙었고, 게임 관련 주식도 거품이 꺼졌다”며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신중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상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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