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과 맹탕으로 버무려진 국정감사의 맛이란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2-10-24 17: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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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과 맹탕으로 버무려진 국정감사의 맛이란 [친절한 쿡기자]
오전 11시경 국방위 종합감사가 잠시 열렸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중지가 선언됐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쳐

경제가 어렵습니다. 사실 신문이건 유튜브건 한국 경제가 좋다고 말했던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기자가 봐도 2022년 10월 한국의 경제는 정말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한국을 강타하면서 서민 밥상물가가 연이어 치솟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채권시장이 레고랜드 사태라는 느닷없는 ‘짱돌’을 얻어맞아 위태로운 상황을 이어가다 50조원이라는 긴급자금을 정부가 수혈하면서 겨우 가라앉은 상황이죠.

여기에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1~2%대 금리를 제공하면서 모두가 외면하던 예·적금 상품들은 시중은행에서도 4%대,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에선 5~6%대를 제공하게 되자 저축은행중앙회 앱이 먹통이 될 정도로 금융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안전자산’ 선호시대가 열린 셈이죠. 금융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이 얼마나 경색되고 불안정성이 심해졌는지 엿볼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 속 국회에서 진행하는 국정감사 기간 가장 핵심인 ‘종합감사’가 파행을 거듭하다가 오후 2시에 뒤늦게 시작됐습니다. 오늘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 종합감사는 전체 국정감사 기간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수많은 경제적 어려움들이 산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끝내 파행이 이뤄졌죠.

이전의 국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이번 정무위 국감은 ‘코인 국감’으로 불리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핵심 증인들이 잇따라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옛 선현의 말이 틀린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을 뿐입니다. 

이는 종합감사에서도 코인업계 관계자들은 불출석을 이어가면서 변함없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이정훈 빗썸 전 의장은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질병 치료를 이유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전 의장의 경우 국회가 동행 명령장까지 발부했지만, 참석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은행장도 국감에 나오는 마당에 우울증이란 이유로 감사를 외면한 것입니다. 

이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정훈 전 의장이 재차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에 대해 “이러한 사유서를 보니 매우 당황스럽다”라며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두나무 송치형 의장은 국감이 열리기 전까지 출석 가능성이 높았으나 결국 출석이 무산됐습니다. 송치형 회장은 업비트의 허수주문, 자전거래 등 혐의로 4년째 법정 공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정무위는 오후 2시30분경 동행명령장을 재차 발부했다지만 글쎄요, 오전에 발부해서 경찰들이 찾아가도 모자랄 판에 이제 와서 증인들의 자택에 찾아간다고 한들 이들이 국회에 따라나갈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당초 올해 국감 자체는 ‘맹탕’이긴 했어도, 건실한 논의들이 오고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불법사금융 문제,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경색 등 중요한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기자가 담당하고 있는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위원들은 ‘여·야가 대립할지언정 중요한 논의는 이어가야 하지 않겠냐’는 훈훈한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기자로 하여금 ‘아, 그래도 국정감사에서는 국회가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20일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위원들이 했던 발언이 ‘정치적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24일 뒤늦게 진행되는 종합감사에서 다시 여러 가지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지만, 국회의 본심을 생생하게 보게 된 지금 뒷맛이 씁쓸한 것은 피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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